민간인 파워는 학교 교육을 위기에서 구해줄 것인가. 침체된
교육 현장에 민간의 활력을 불어 넣으려는 실험이 일본에서 시작됐다.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27일 2명의 대기업 간부를 고교 교장으로
스카웃했다. 일본 공립학교 최초의 「교사 자격증 없는 교장」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새 교장은 닛산자동차와 전기메이커 히타치에서 각각 뽑아왔다.
경력을 보면 2명 다 기술통이란 공통점이 눈에 띈다. 야마카미 다카오
(53) 씨는 닛산자동차의 개발 부문에서 잔뼈가 굵었고, 마지막 직책은
고객서비스본부 기술주임이었다. 그는 2002년 하네다에 개교할 통합신설
고교의 개설준비 교장으로 발령났다.

히타치 출신의 우치다 무쓰오(55)씨 역시 고압모터 같은 중전기
제조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그가 배속될 학교는 내년4월 교원
정기인사 때 정해진다.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민간 특유의 발상력으로
학교를 「경영」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새 교장은 도쿄 교육위의 면밀한 인선작업을 거쳐 탄생했다.
교육위는 올봄 기업에서 교장을 스카웃하기로 결정하고 상공회의소 등의
경제단체에서 복수 후보를 추천받았다. 이렇게 추려진 후보자들은
「교장으로서의 포부」에 관한 보고서를 교육위에 제출해야 했다.
이중 면접을 거쳐 2명을 최종 선발했다.

2명에겐 교장에 뽑힐 만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야마우에
교장은 최근 10년간 닛산에서 사내 기술인력 육성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우치다 교장은 직장 야구팀의 선수와 감독으로 줄곧
활약한 경력을 갖고 있다. 『외부인의 다양한 경험과 시점을 학교
교육에 접목시키겠다』도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교원 면허가 없으면 공립학교 교장이 될수 없다는 법 규정은
올해초 개정됐다. 일본 문부성은 「열린 학교」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기업인·사회사업가·자원봉사자 등을 영입대상으로 들었다, 규정
개정은 학교의 폐쇄적 순혈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외부수혈로 황폐해진 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려는 시도인 셈이었다.

사립학교에선 이미 민간의 활력을 활용하는 케이스가 드문
일이 아니다. 센다이 소재 도키와기 여고 마쓰라 지히로(49) 교장은
은행 지점장 출신. 부친의 뒤를 이어 9년 전 교장으로 부임한 그는
입만 열면 『교육은 서비스업』이라고 설교하고 있다.

그는 교육 소비자인 학생·학부모의 관점에서 학교 운영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았다. 작년엔 컨설팅회사에 교사들을 위탁, 「영업사원
훈련」을 받게 하기도 했다. 『학교가 고객들의 욕구는 무시한 채 학
교 구미에 맞는 아이들만 만들어왔다』고 마쓰라 교장은 지적한다.

도쿄 슈토쿠학원 중·고교의 미야지 고로(58) 교장은 30년 경력의
공인회계사 출신. 1년 전 부임 이후 그는 교육목표를 수자로 환산한
수치목표를 내걸어 교사들에 비상을 걸었다. 「국·공립대 30명 합격」
「입학생 배증」 등의 10여개 항목을 내건 뒤 『학교도 경영』이라며
교사들을 다그치고 있다.

도치키현은 교사를 호텔·백화점같은 곳에 보내 「서비스 연수」
시키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와카야마현은 교사 선발시험 때 기업
인사담당자와 학부모를 「교육소비자」 자격으로 면접관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런가하면 도쿄도는 능력부족임이 판명되면 교장·교감에서
평교사로 「강등」될수 있는 기업식 실적주의 제도를 도입했다.

활기띄는 교육 실험엔 교육현장의 위기감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취학아동 감소, 학급붕괴(학생들 비협조로 수업이 이뤄지지 않는 것),
잇따르는 흉악 소년범죄, 이지메(집단괴롭힘)와 자살…. 일본교육은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절박한 심정으로 민간의 파워에 SOS를
타전하고 있다. (박정훈·동경특파원j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