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파운드가 넘는 돈을 들여 영국의 새 밀레니엄 상징물로 기획
건립된 런던 '밀레니엄 돔'이 개관 7개월만에 일본계 투자은행의
손에 넘어갔다.

영국 정부는 일본 노무라 증권의 영국 현지법인인 노무라 인터내셔널이
주도하는 컨소시엄 '돔 유럽'이 영국의 리거시 컨소시엄 등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밀레니엄 돔의 경영권을 인수했다고 27일 공식 발표했다. 정확한
인수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들은 당초 제시됐던 7500만 파운드로
예측하고 있다.

■밀레니엄 돔

영국 정부가 새천년맞이행사의 일환으로 약 7억5000만 파운드(한화
약 1조4000억원)의 어마어마한 공적자금을 들여 런던 그리니치 남동쪽
템즈강변에 야심차게 건립한 거대한 버섯 모양의 전시관. 99년 디자인이
공개됐을 때 국민 4분의3 이상이 "돈 낭비"라는 반응을 보였다. 2000년
1월1일 여왕이 참석한 가운데 화려하게 문을 열었지만, 관람객들은 비싼
입장료에 비해 볼거리가 빈약하고 그나마 인기있는 공연도 표 한장을
사기 위해 너무 오래 줄을 서야 한다며 불평을 터뜨렸다. 관람객수가
당초 예상보다 턱없이 모자라 공연이 취소되는 등 불만을 가중시다.
수지를 맞추기 위해선 입장객이 하루 2만4000명 수준이 돼야 하지만
현재 평균 1만명 정도만 입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되기까지

96년 초창기부터 기획에 참여, 밀레니엄 돔을 거의 기획하다시피한
토니 블레어 총리는 한때 이 돔 건설을 '세계에서 가장 볼만한 밀레니엄
기획'이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연간 예상수입이 절반으로 줄고
운영적자가 8900만 파운드에 이르면서 '돈낭비와 비효율의 전형'이라는
언론의 따가운 비난에 부딪혔다. 일부 언론은 "노동당의 정치선전용
기념비"라고 비꼬았다. 여론이 악화되자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블레어 정부는 수습책으로 민영화를 서둘렀다. 노무라의
컨소시엄과 막바지 인수경쟁을 벌였던 영국의 리거시 컨소시엄은
1억200만파운드를 투입, 밀레니엄 돔을 과학단지로 만들어 영국판
실리콘 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나 사업계획에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인수 후 어떻게 바뀌나

돔 유럽 컨소시엄은 12억 달러를 투자해 밀레니엄 돔을 가상 현실
컴퓨터게임을 갖춘 첨단 기술의 놀이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노무라의
컨소시엄 파트너이자 이미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일본의 도쿄, 독일
베를린 등에 휴양시설을 건설한 바 있는 소니 계열의 하이퍼
엔터테인먼트사는 밀레니엄 돔 주변지역을 놀이시설과 식당가, 호텔,
사무공간을 갖춘 최첨단 복합 테마파크로 바꾸어 놓겠다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미 공개된 이들의 프로젝트에는 비틀스의 노래로 유명한
'노란 잠수함'을 상징물로 공원내에 짓는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호화로운 구경거리를 선보이겠다"며
"유럽 최고의 도심 휴양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 9월부터 일부
공사와 사원 채용 및 재훈련을 시작해 2001년 2월 학생들의 방학에
맞추어 개관한다. 이들은 돔 유럽 테마파크 방문객이 3년안에 해외
관광객을 포함, 연간 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영국 총리 및 국민들의 반응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악화시켜온
'골칫거리' 돔이 노무라에 팔린 것을 환영했다. 블레어 총리는 방송
인터뷰에서 "지역 재건에 들어갈 장기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이번
거래는) 큰 이득을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밀레니엄 돔을 방문한
대부분의 영국 국민들도 영국의 상징물이 일본계 은행에 넘어간다는
사실에 아쉬워하기보다, 재미없는 밀레니엄 돔이 유럽 최고의 첨단
놀이공원으로 바뀌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고 BBC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