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에 대한 국내 학계의 대응은 시기적으로 크게 둘로 나뉜다.
80년대 중반 이후 10년간이 주로 사회변동론, 또는 산업사회학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한 논의였다면, 90년대 중반 이후의 연구는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사이버 공간'에 관한 좀더 구체적인 논의로
정리된다.
86년 서울대 사회학과 김경동 교수의 논문 '정보통신혁명의
사회적 함의'를 정보화에 대한 사회학계의 첫 대응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김 교수는 정보의 폭발적 증가로 인한 긍정적
측면을 짚는 한편으로, 의사소통 구조를 왜곡시킬 위험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PC통신 서비스가 시작된 것이 88~89년에 이르러였기
때문에 당시만 해도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수준의 논의였지 실증적인
연구가 나오기는 힘들었다. 그런 이유로 노동현장에 관한 연구,
예컨대 공장 자동화와 사무 자동화로 인한 노동과정, 노동시장,
혹은 노사관계의 변화에 대한 연구가 차라리 활발했다.
94년 6월 한국통신의 코넷(KORNET)이 일반인과 기업들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고, 천리안이나 하이텔 등의 PC통신 업체들도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학계의 정보화 논의는 큰 전환기를
맞는다. 국내 PC통신 가입자가 70만을 넘고 3만대 이상의 컴퓨터가
인터넷에 연결됐다는 게 당시의 통계다. 언론도 인터넷의 중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사이버 공간'에 주목하기 시작한 학계는 96년 심포지엄과 세미나를
쏟아낸다. 사이버공간의 문화, 온라인공동체, 프라이버시와 자아정체성
문제, PC통신의 교육적 활용, 전자민주주의, 지역사회 전산망,
전자정부 등 광범한 주제를 다룬 연구들도 활발해졌다.
이 같은 변화의 결과로 97년 1월 한국사회학회 내에 정보사회 분과가
생겨났고, 이어 10월에는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가 창립됐다.
한국사회학회의 정보사회학 분과는 작년 4월 사회학, 언론학, 행정학
등의 분야에서 150명의 회원을 갖는 학제적 성격의 '정보사회학회'로
확대·개편된다. 또 지방 소재 대학의 교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지역정보학회'도 만들어졌다. 이처럼 정보사회학이 학계에서
시민권을 확보함에 따라 독자적인 학과도 만들어졌다. 97년 3월
한양대에, 그리고 98년 3월 숭실대에 정보사회학과가 설치됐다.
정보사회학 관련 저서로는 인터넷의 사회학적 의미를 다룬 97년의
'전자정보공간론'(윤영민·한양대)을 시작으로, 98년 봄 20명의
국내 사회학자가 함께 쓴 개론서 '정보사회의 이해', 98년말
'지식·정보사회학, 이론과 실제'(서이종·서울대)등의 저서가
잇따랐다. 이밖에도 여성학적인 관심을 담은 '위험사회와 성폭력'
(심영희·한양대), 심리학적 문제를 다룬 '사이버공간의
심리(황상민·연세대)등이 나와 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98~99년에 잇따라 나온 국내 주요대학
사회학과의 박사 논문들이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부적적절한
행위 양식에 관한 연구'(정희태·고려대) '정보화 경쟁의
이데올로기에 관한 연구'(홍성태·서울대) '전자감시사회와
프라이버시'(고영삼·부산대) 등이다. 또 조권중 씨는 97년
'미국 IT산업에 있어서의 표준형성의 세가지 방식'이란 논문으로
위스컨신대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