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닭회-은어-우렁회-죽순-갯장어...품부한 움식재료에 손맛 더해 ##

음식 맛은 남도가 최고라 했다. 산과 들, 바다에서 갖은 산물로
매콤짭잘 깊은 맛을 내는 전라남도 음식은 이제 전국으로 퍼져
나가있지만, 휴가철 이 지역을 찾는다면 진짜 향토 맛을 만나 볼
좋은 기회다. 오래된 옛 절과 문화유적, 해수욕장이 널린 이 곳에서
맛있기로 이름난 집들을 지난 주 다시 돌아보고 왔다.

여름철 최고의 회는 민어회다. 기름기도 적당하고 고소한 민어는

요즘 서울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고급 어종. 있다해도 대개 자잘한

것들 뿐이다. 목포 영란횟집(061- 243- 7311)은 민어회의 지존으로,

메뉴는 민어회(한 접시 3만원) 한가지다. 회를 주문하면 부레나 껍질

같은 부위는 따로 약간씩 덤으로 썰어내온다. 한 번 입맛을 들이면

여름철마다 안 먹고 못 넘어 가는 맛이다.

강에서는 쏘가리가 제왕이지만 여름에는 은어에게 잠시 왕좌를
내놓는다. 그러나 요즘 은어는 대부분 양식한 것이라, 고유의 은은한
수박 향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 여름에 들면 몸집이 커져서,
회보다 소금구이로 더 많이 먹는다. 통으로 썰어내는 은어회(소 2만원,
대 3만원)는 섬진강 별미다. 곡성 유원지에는 은어 횟집들이 많다.
가든 산장(061- 362- 8343) 평상에 앉아 강을 내려다보며 회와 구이를
먹노라면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제철소가 들어선 광양에는 볼거리는 별로 없지만 먹거리는 많다.
광양하면 역시 불고기다. 광양 읍내에는 불고기 집이 지천이다. 광양
불고기의 미학은 가벼우면서도 산뜻한, 하지만 간이 잘 밴 간장 양념과
백운산 숯불의 만남에 있다. 대중식당(061- 762- 5670)은 손님이
넘치므로 친절은 기대하지 마시길. 가격은 1인분 9000원인데, 3인분
주문이 기본이다.

여름철 여수는 '하모' 천지다. 하모는 일본 말, 우리 말로는 갯장어가
맞다. 그러나, 여수에서는 모두들 하모라고 부르거나 아니면 참장어라는
사투리를 쓴다. 5월부터 시작된 갯장어 시즌은 한 여름 최고에 이른다.
초고추장에 회(1㎏ 2만 5000원)를 찍어먹거나 토렴(1㎏ 2만 8000원)으로
먹는다. 이곳서 '유비끼'라고 부르는 토렴 방식은 갯장어를 포떠서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담갔다 먹는 방법이다. 국동 어항단지에 있는
잠수기 회센터(061- 640- 2080)가 크고 널찍하다. 10분마다 한 대씩
다니는 배를 타고 여수 앞바다에 있는 대경도에 들어가서 먹는 것도
좋다.

광주에서는 불로식당(062- 228- 4834)에 종종 들린다. 전문으로 내걸고
있는 건 갈치조림과 구이다. 통통한 갈치를 중심으로 백반상을 차린다.
여름철에는 물 좋은 병어조림(1인 1만 2000원)도 좋다. 계절 감각에
어울리는 반찬들이 밥상 위에 다양하게 올라온다. 먹음직스럽게 김치를
북북 찢어주기도 한다. 갈치 전문 식당이니 만큼 갈치속젓 떨어지는
날이 없다.

기획이나 촬영 일로 나섰다면 길을 좀 둘러 가더라도 꼭 들르게 되는
집이 초야식당(061- 393- 0734)이다. 백양사에선 바로 고속도로를 타는
게 빠른 길이지만 이 집 때문에 부러 국도를 이용한다. 스무 가지 이상의
재료를 섞은 양념장을 발라 구워주는 장어구이(1인분 1만 3000원, 1㎏
5만원) 맛은 정말 매혹적이다.

해남에서는 닭을 먹어보자. 약간의 용기까지 필요한 집이 장수통닭(061-
535- 1003)이다. 아마도 도시 사람들은 대부분 생전 처음 볼 닭 육회로
닭 한 마리 코스를 시작한다. 한 마리(3만원)를 주문하면 가슴살, 발,
모이주머니 등을 육회로 썰어주고, 이어서 닭 불고기, 닭찜, 닭죽까지
풀 코스로 이어진다.

함평은 한우로 유명한 동네다. 예전만큼은 못 하지만 지금도 거대한
우시장이 선다. 읍내 시장 안에는 오래 된 육회 비빔밥 집들이 있다.
화랑식당(061- 323- 6677)은 육회비빔밥(5000원)이 맛있는 집이다.
놋그릇에 담뿍 담긴 밥을 고추장에 쓱싹 비벼서 먹으면 된다. 풍채 좋은
주인 할머니 인심이 넉넉하고, 손맛도 좋다. 싱싱한 쇠고기 맛, 매콤한
고추장 맛을 비빔밥 한 그릇 안에서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한우의
고장답게 생고기와 육회(한 접시 2만원)도 항상 신선한 맛을 볼 수 있다.

대나무 고장 담양에서는 죽순 요리가 최고. 민속식당(061- 381- 2515)의
죽순회(1만원)는 죽순, 오이, 당근과 우렁이를 넣고 매콤 새콤 무친 것.
죽향 한우라고 상표명을 붙인 이 지역 쇠고기를 써서 생고기와 죽순
매콤하게 버무린 죽순 육회(1만 8000원)도 별미다. 봄철에 대량으로
매입해서 염장해둔 죽순을 사철 내내 쓴다.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 벌교에서는 우렁회를 꼭 드셔보시길. 벌교
우렁집(061- 857- 7613)은 꼭 토종 우렁이만 쓴다. 토종 우렁이는
살모사처럼 새끼가 어미 살을 파먹으면서 자란다. 그래서 이 집 우렁회(소
1만 5000원, 대 2만 5000원)를 먹다보면 가끔씩 모래처럼 작은 게 아삭아삭
씹힌다. 그게 바로 우렁이 새끼다.

여름 밤에 삼겹살을 구워먹는 건 어떨까. 무안군의 작은 마을 사창에는
동네 이름을 그대로 붙인 사창 짚불구이(061- 453- 7778)가 있다. 삼겹살을
주문하면 주인 아줌마가 석쇠에 가지런히 쟁여둔 삼겹살을 들고 나타난다.
짚에 불을 붙이면 불길이 화르륵 올라온다. 짚이 다 탈 때쯤이면 삼겹살도
먹기 좋게 구워진다. 고기를 집어먹고 있으면 식당 앞으로 호남선 열차가
기적소리를 울리며 지나간다. 이런 재미도 무더운 여름 밤의 정취가
아닐까? (고형욱ㆍ음식평론가ㆍ영화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