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칼이 얼음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천천히 다듬어 보세요.”
2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지하1층. 얼음 조각가
정해철(40)씨가 어린이들에게 얼음 깎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위해 '즐거운 얼음조각 교실'을 열었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50cm짜리 펭귄 조각 만들기. 정씨의
빠른 손놀림을 보며 어린이들도 고사리손으로 조각칼을 움켜쥐고
조심스럽게 얼음을 깎아냈다. 아이들의 이마에는 금세 땀방울이
맺혔다. 오지은(8)양은 "무더운 여름에 매일 얼음과 살았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정씨는 "어린이들을 위한 얼음 조각 교실을 처음 열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신기해 한다"면서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게 간단한 조각
기법 등을 자주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씨는 대학에서 목공예를 전공한 뒤 지난 84년 얼음 조각가로 변신했다.
선배의 권유로 얼음 조각을 했지만 처음 얼음을 만지던 날은 손이 시려
제대로 깎아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하루에 10여 작품씩을 조각하는
맹훈련을 받으며 얼음 조각의 신비에 빠졌다.
그는 현재 국내 최고 실력자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97년 무주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기념 얼음 조각전을 갖는 등 대형 전시회를 10여 차례
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 얼음조각 대회에는 유일하게
한국대표로 참가해 기량을 발휘했다.
다른 공예와는 달리 작품이 녹아버려 허무하다는 평에 대해 정씨는
"작품들이 녹고 나면 새로운 작품을 구상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예술가로서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