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 문화 개방이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일본 영화 국내
시장 점유율이 12%를 웃도는 기록을 낸 이래, 다양한 일본 영화가
들어오고 있다.
'춤추는 대 수사선'(22일 개봉)은 일본 영화 수입을 예술
영화에 묶어놓았던 시절이라면 보기 힘들었을 영화다. 특별한
영화 미학이나 문제 의식이 담긴 것도 아닌, 단지 대 흥행 기록
영화인 이 영화야말로 지금 일본 영화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좋은
예일지 모른다. 98년 10월 개봉 후 14개월간 롱런하며 700만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는 보통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흥행
영화다.
애초에 텔레비전 미니 시리즈로 출발한 이 영화는 도쿄 외곽
시나가와의 한 경찰서를 무대로 일본 사회의 범죄, 동경대
엘리트주의, 관료주의, 부패 등을 재치있게 씹어댄다. '화끈한'
한국 영화에 비하면 조근조근한 템포가 좀 지루할 수도 있지만,
천천히 씹어 삼키면 단 맛과 쓴맛이 고루 배 나오는 잘 만든
요리다.
3가지 사건이 3일에 걸쳐 펼쳐진다. 먼저, 강에서 변사체가
떠오른다. 조금만 더 흘러가면 다른 서 '나와바리'(관할)인데,
그만 성가시게 이쪽 몫이 되고 만다. 다음, 경찰서 안에서 영수증
도난 사건이 일어난다. 수사비 영수증을 잃어버리면 담당 형사가
물어내야 한다. 무엇보다 서 안에서 도난 사고가 났다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경시청 부국장(그러나
부총감이 맞다)이 납치 당한다.
이들 사건을 중심으로 영화는 조근조근 이야기를 풀어간다.
동경대 출신이 아니면 입신이 어렵다든지, 엽기적 살인 사건에는
경비를 문제 삼아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반대하던 서장이 부국장
납치 사건 수사본부가 일방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데는 꼼짝
못한다. 출세도 못하고 그렇다고 반항도 못하는 경찰서 상부에선
도시락 타령이나 해대고, 목숨 걸고 범인 체포에 나서는 건
정의파 말단 형사들이다.
만화같이 유형화된 인물 설정, 실소를 자아내는 상황, 잔잔하게
흘러가는 화면은 텔레비전 시리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본 만화에 익숙한 젊은 관객들에겐 만화의 실사 영화같이
보이겠다. (박선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