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공동선언 후 남한사회도 남북한 문제에 관해 '혁명적
변화'를 겪고 있다. 우선 정부당국이 어렵게 트인 민족화해의
물꼬를 유지하기 위해 잇따른 남북화해 조치를 내놓고 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배려'도 눈에 띈다.
정부는 6·25 50주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벌이려던 행사를 대폭
축소했고, 을지포커스렌즈 훈련(8월)도 실전 훈련을 취소했다.
휴전선의 대북 심리전 방송을 즉각 중단한 것은 그 시작일 뿐이다.
과거 정부가 금기시했던 국가보안법 개정도 대세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개정폭도 불고지죄·찬양고무죄 수준에서 이제 회합·
통신죄, 반국가단체 조항 개폐 얘기까지 거론된다. 교과서에
수록된 대북인식을 바꾸기 위한 통일교육심의실무위원회도 12일
열렸다.
북한 영토를 '미수복 지구'로 표현한 법령의 개정방침은
확정됐고, '북한 괴뢰' 용어는 사라졌다. '김일성 사망'을
'김일성 서거'로 표현한 대정부 질문(12일 민주당 이해찬
의원)도 있었다.
북한을 보는 일반 국민의 시각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확연히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 5월 24일 통일부
여론조사에서 '북한이 변할 것'이란 답변이 61.6%였던 것이
회담 직후인 6월 18일 조사 때는 90.5%로 크게 높아졌다. '대북
경제지원을 해야 한다'는 답변도 회담 전60.5%에서 회담 후
76.5%로 늘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따른 남한 내의 이념적 혼란상도 간과할
수 없다. 남북정상회담 기간 동안 서울대 등 전국 10여개 대학에
인공기가 내걸렸으나 과거와는 달리 처벌은 없었다. 북한이 남한
야당총재의 국회 대표연설을 문제삼아 폭언을 퍼부은 데 대해
청와대 측이 양비론을 편 것도 정상회담 후 새로 나타난 장면이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이 "청와대가 언제부터 친북세력이
되었느냐"고 비판하자 민주당이 "권 의원의 발언은 파쇼적
사고"라고 맞받아치는 환경이 된 것도 정상회담 전과는 분명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