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법관' 서울지법 강봉수(57·사시6회) 원장이 30년간
봉직한 법원을 떠난다. 지난 10일 사표를 내고 오는 19일 퇴임식을
갖는 강 원장에게는 1남1녀의 장성한 자녀 외에 11명의 또 다른
'늦둥이' 자식들이 있다.
강 원장은 91년 경기도 여주에 있는 부인의 친가를 개조해 집에서
버려지거나 가출한 청소년들의 보금자리 '그룹홈'을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11명의 아이들이 강 원장
부부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미래의 꿈을 키운다.
강 원장은 바쁜 판사 생활 중에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여주를 찾았다.
중고 봉고차를 사서 아이들과 놀이공원도 가고, 여름이면 피서도
가는 등 친부모 못지 않은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봤다. 고위 법관 중
재산 하위권을 차지했던 강 원장은 독지가 2명의 도움과 사재를 털어
그룹홈을 운영한다. 운영비를 마련하느라 시골에서 고추를 사
친지들에게 파는 일도 했다.
강 원장은 "공직자로서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함구했지만, 강 원장의 퇴임 소식과 함께 후배 법관들의 입소문으로
알려지게 됐다. 아흔이 넘은 노모를 모시며 서울 광장동의 중형
아파트에 살고 있는 강 원장은 "사회 봉사에 헌신적인 아내의
일을 도와주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89년 시멘트회사에게 야간 작업을 중지하라는 가처분 결정을 내려
환경권에 대한 최초의 결정을 내렸던 강 원장은 서울지원장 재직
중에도 판결문 쉽게 쓰기와 시민과의 대화를 통해 '열린 법원'
구현에 앞장섰다. 후배 법관들은 "시민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법관의 모범을 보인 분"이라며 이 '아름다운 법관'의 퇴임을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