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로 들어온 영아는 엄마의 치마 뒤로 쏙 숨었다. 엄마는 아이가
징징거리며 떨어지지 않고, 이제는 유치원에도 가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려 매일 아침이 전쟁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태어나 팔 개월이 되면 아이는 엄마에게 애착을 형성하여 엄마만을
따르게 된다. 이는 살아남기 위한 본능 때문이며, 아이가 엄마에게 붙어
있기 위해 울고 떼 쓰는 것을 분리불안이라 한다. 이는 정상적 발달
과정의 하나로 아이가 엄마와 다른 사람을 구분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언제까지 엄마 품에 머무를 수는 없다. 아이는 어쩔 수 없이
가금씩 엄마와 떨어지게 되고, 다시 엄마와 만날 수 있다는 믿음만이 그
헤어짐을 이겨내게 해준다. 만으로 세 살이면 이러한 믿음은 확실해져,
아이는 새로운 상황을 즐길 줄 알게 된다.

그러나 분리불안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엄마와 떨어지는데 지속적인
어려움을 느끼고 이 때문에 아이와 부모의 일상생활은 방해받게 된다.

이런 아이는 항상 부모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까봐 걱정한다. 길을
잃거나, 납치를 당하거나, 무서운 귀신이 두려워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못
할 수도 있다. 걱정 때문에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하고, 학교에
가서도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집중을 못하며, 혼자 방에 있지도, 잠들지도
못 해 부모를 괴롭힌다. 또 엄마의 지속적인 관심을 요구하기에 엄마는
짜증을 내게 되고, 잔뜩 혼난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떠날까 두려워 더욱
더 달라붙게 된다.

부모가 너무 간섭을 하거나, 부모가 너무 냉정할 경우, 부모가 자주
싸울 경우 아이는 분리불안을 잘 느낀다. 어릴 적 엄마와 떨어져 있었던
아이들도 분리불안장애를 경험하곤 한다.

불안은 전염병이다. 한 명이 불안하면 가족 전체가 불안해진다. 불안의
악순환이 반복돼 아이와 엄마 모두가 힘들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영아는 늘 아빠와 싸우는 엄마가 어디론가 가버릴 것 같아
무서웠다며 펑펑 울었다. 치료의 시작이었다.

(김창기·정신과 전문의·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