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견작가들 온라인 신작 발표 잇따라…전망은 엇갈려 ##


지난 6월 29일 서울 대학로 문예진흥원 강당. 김주영 김원일 신경숙
윤대녕 등 내로라하는 당대의 작가들 35명이 모여 앉아 있었다. 7월
1일자로 개정 저작권법이 발효됨에 따라 새로운 저작권법이 몰고올
출판 환경 변화에 대한 저작자들의 관심을 반영한 '전자책 관련
작가협의회'란 이름의 모임이었다.

개정 저작권의 핵심은 '전송권'의 신설과 '복제'의 정의에 디지털
복제를 포함할 것인지 등 두 가지다. "일반 공중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수신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물을 무선 또는 유선
통신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이라 정의된 '전송'
문제가 가장 첨예하게 걸릴 부분은 물론 전자책이다. 이제 작가와 출판사는
기존의 출판권과 별도로 전송 문제를 확정하기 위한 전송권 설정 계약서를
주고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e-북' 또는 '디지털북'으로 불리는 전자책이 출판계의 화두로
떠오른 사실은 이미 구문에 속한다. 일부 무관심파나 의식적 거부층을
제외하면 e-북은 출판계 사람들에게 혁명에 버금가는 변화를 초래할
과학기술의 '총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낙관론자들조차 이
물건이 언제든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일말의 우려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 국내 e-북 진행 상황

이미 낯설지 않게 된 전자책이란 용어는 현재로서는 상당히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종이에 인쇄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컴퓨터 모니터 또는 휴대형 단말기의 액정을 통해 독서를 할 수 있도록
가공된 콘텐츠 또는 단말기 그 자체를 의미한다. 조만간 인터넷과 TV가
결합되면 TV로도 책을 읽을 수 있게 될 것이고(그럴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는 차치하고), 지금 용법으로 하자면 그 또한 넓은 의미의 전자책이라
부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전자책 출판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IT업체를 포함, 20여곳에 이른다. 문학과지성사,
창작과비평사, 문학동네 등 유수 출판사들이 참가한 와이즈북닷컴(www.
wisebook.com)은 기존 PC로 인터넷을 통해 전용 뷰어(viewer) 프로그램을
다운받고 이어 책 내용을 다운로드받아 읽는 방식. 지난 4월부터 한달여
기간 무료 서비스 때 40만여건을 기록, 주위를 놀라게 했고 5월 8일부터
유료 판매에 들어가 10일 만에 4000여건의 다운로드가 이뤄지기도 했다.

아동, 문학, 경제ㆍ경영서를 중심으로 500여종의 전자책을 판매하고
있는데 모든 책은 '한번 보기'와 '보관하기'로 나눠 놓았다. '한번
보기'란 책 파일을 다운받아 뷰어에서 본 후 뷰어를 종료하면 책 파일이
자동으로 삭제되는 방식이다. 일례로 독자들은 김영하의 소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를 3500원에 '보관하기'로
구입해 화면에서 읽거나 프린트해서 볼 수 있고, 1750원에 '한번 보기'로
사서 모니터에서 읽고 끝낼 수 있다.

민음사ㆍ중앙M&B 등 메이저 출판사와 저작권대행사 등 8개사가
컨소시엄으로 운영하는 에버북(www.everbook.com)은 작가 이문열씨와
중편소설 계약을 맺고 7월 중 이를 판매할 예정이다. 미완성 상태로
남겨두었던 단편을 완전 개작한 이 소설(제목은 미정)은 이씨가 온라인
상에서 먼저 발표하는 최초의 소설로서 향후 전자책시장의 향방을
가늠해볼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출판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양원석(37) 에버북 사장은 "전자서적 독자의 저변 확대와 온라인ㆍ
오프라인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기 위해 이씨의 소설을 띄우기로 했다"며
"전자책 판매 개시 후 두달 정도면 결과를 판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예스24(www.yes24.com)도 이순원 구효서 박상우 전경린 등 유명 작가
13명과 계약을 하고 8월부터 잇따라 이들의 신작 장편소설을 판매할
예정이다. 가격은 종이책의 30% 선이 될 전망. 애초 운위되던 50~60%
선에서 대폭 낮춘 것에 대해 유성식(30) 팀장은 "종이책에서는 확실한
고정 독자를 가진 작가들이지만 디지털 이용자들의 성향이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은 현실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김영사, 현암사, 푸른숲 등 국내 100여 출판사가 공동 출자한 북 포털
사이트 북토피아(www.booktopia.com)도 일부 전자책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박은주(43) 김영사 사장은 "연말까지 최대 1만여권을 전자책으로 내놓을
예정"이라며 최다 출판사 참여 업체로서의 메리트를 최대한 살릴 계획을
밝혔다.

■ 표준화와 복사 방지 문제

전자책이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하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안은
표준화와 복사 방지 문제다. 지금 상황에선 제작 포맷이 일정하지 않아
독자들은 다른 출판사의 책을 볼 때마다 다른 소프트웨어(뷰어)를 일일이
설치해야 한다. 즉, 문서 형식이 표준화되지 않은 탓에 심지어 같은
콘텐츠(책 내용)조차 프로그램마다 바꿔서 읽어야 하는 현실에서 오는
번거로움과 비용 증가가 문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MS, 반즈앤노블즈, 펭귄북스, 로켓이북 등은 지난해
9월 OBEF(Open E-Book Forum)를 결성, XML 방식의 문서 표준을 채택키로
결정한 바 있다. 우리도 지난 5월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전자출판협회,
북토피아 등 전자책 업체 및 관련 단체 대표들이 모여 'EBK(E-Book of
Korea)'란 이름의 컨소시엄을 설립키로 합의, 빠르면 올해 안으로
표준화 문제를 결정지을 예정이다.

전자책 관련 토털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벤처기업
'이키온(echyon)'의 임중연(임중연ㆍ35ㆍ동국대 기계공학과 교수)
사장은 "XML은 HTML보다 발전된 형태로 밑줄 긋기나 메모 등
라이팅(writing) 기능이 자유로워 전자책으로선 가장 적합한 포맷"이라고
주장했다.

표준화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전자책의 저작권 보호 문제다. 해킹에
의한 무단 복제가 횡행한다면 전자책의 존립 기반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지난 3월 인터넷 판매에 들어가 순식간에 4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스티븐 킹의 '총알 타기(Riding the Bullet)'가 불과
이틀 만에 암호가 풀려 해적판이 아무렇게나 온라인 상에 유통된 사실이
그 단적인 예다.

'이북솔루션스' 대표로 전자책 포맷 '참북'을 개발한 고기형(46)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학과 교수는 "무한 복제를 특성으로 하는 전자
출판물의 저작권 보호는 e-북 기술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라며 "다방면의
기술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프로그램을 위주로 한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으로는 완벽한 보안 유지가 불가능 하다"고 말한다.

임중연 사장 또한 "오프라인으로 운용되는 전용 단말기야말로 보안과
저작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유일한 대안"이라고 동의한다. 이와 관련,
이키온은 금년 하반기 중 소설책 50권 분량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무게 600g짜리 흑백 단말기를 30만원대 가격에 내놓을 예정이기도 하다.

■ 전자책 시장의 앞날

e-북은 제작비 절감에 따른 책가격 하락, 간편한 휴대, 자유로운 검색
및 저장 등 기존의 종이책이 갖지 못한 장점을 많이 갖고 있다. 종이책의
원료로 쓰이는 펄프의 과잉 생산을 줄일 수 있다는 환경 보호적 측면까지
있다.

종이책 예찬론자들이 지적하는 모니터 화면의 거부감에 대해서 일신사
윤백규(37) 사장은 "처음에는 오프셋인쇄 책을 읽기 거북해 하다가
익숙해진 후 활판 인쇄책을 도저히 읽을 수 없게 된 현상이 전자책에서
똑같이 반복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고 전망한다.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신세대들은 지금도 모니터 상으로 텍스트를 읽는 데에 매우 익숙한
상태이며, 또 하나의 난점이던 해상도 문제도 미국의 MS를 필두로 업체들이
급속히 해결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e-북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우선 앞서 말한 표준화와
해킹 방지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지가 미지수로 남아 있다. 출판 평론가
김영수(44)씨는 "인터넷이 많은 사용자들을 그토록 빠른 속도로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정보의 공유라는 이념 때문이었다"며 "전자책 서비스는
복제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적 요소 외에도 인터넷 사용자들의
마음 속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정보 공유' 내지 '공짜' 등의 인식을
바꿔주는 활동이 병행되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e-북시장의 성패는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의 확보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많다. 박태웅(37) 전 인티즌 공동대표는 "골목마다 들어선
서점의 4면 벽을 채울 정도의 e-북 타이틀을 만들어 낼 수 없다면
기본적으로 종이책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현재 주변에서
맹목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전자책에 대한 과다경쟁은 결국 실패로 돌아간
레이저디스크와 비디오CD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