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골을 뒤진 프랑스가 총력전을 펴며 이탈리아 골문을 두들겼지만
빗장수비를 뚫기는 어려워 보였다. 이탈리아 벤치와 응원석은 1―0
승리를 확신한 듯 들뜨고 분주했다.
로스타임 4분마저 흘러 경기종료 30초가 채 남지 않은 순간 프랑스의
실벵 윌토르가 페널티지역 왼쪽을 파고 들었다. 수비 1명을 앞에 두고
윌토르가 낮게 깔아 찬 공은 골키퍼 톨도의 손을 스치더니 이탈리아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 들었다. 프랑스에는 기적 같은 2대1 역전승의
출발점, 이탈리아에는 '천당에서 지옥으로'의 추락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프랑스가 3일(한국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 데퀴프경기장에서
벌어진 2000 유럽축구선수권 대회 결승전에서 윌토르의 동점골에
이은 다비드 트레제게의 연장전 골든골로 이탈리아에 2대1로 승리했다.
프랑스는 98월드컵에 유럽선수권대회를 제패함으로써 세계 최강임을
과시했다. 84년에 이은 두번째 유럽선수권 우승.
이탈리아는 32년 만의 패권탈환을 노렸으나 82년 친선경기 이후
2무3패로 생긴 '프랑스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날 프랑스는 좀처럼 이탈리아 수비를 뚫지 못했다. 준결승까지
6경기서 두 골만 내준 ‘빗장수비’에 플레이메이커 지네딘 지단은
철저히 봉쇄됐고, 골잡이 티에리 앙리도 압박수비에 맥을 못췄다.
프랑스는 후반 10분 이탈리아의 델베키오에게 선취골을 내준 뒤 윌토르,
트레제게, 로베르 피레스를 잇달아 투입해 공세를 펼쳤지만 이탈리아
골키퍼 톨도의 선방에 막혀 쉽게 만회골을 넣지 못했다. 윌토르의 극적인
동점골로 기세를 올리고 나서야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연장 13분 이탈리아 진영 왼쪽을 쏜살같이 파고 든 피레스가 센터링한
공이 골지역 정면으로 뛰어 들던 트레제게의 왼발에 정확히 걸려 들었다.
공은 빨랫줄처럼 날아가 이탈리아 골그물을 흔들며 23일간의 '축구 잔치'
를 마무리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