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한 사정을 고려해 석방하니, 살아남은 아들은 잘 키워주십시오.”

지난해 성탄절 전야, 강원도 동해시 K아파트. 아들(4)과 딸(2)을 먼저
재운 김모(39)씨는 가스불위에 연탄을 올려놨다. 카센터를 운영하다 부도를
내고 이 때문에 가출한 아내는 두달전 음독자살한 상태. 삶의 희망을 잃은
김씨는 아이들의 불안한 미래를 걱정해 함께 목숨을 끊을 생각이었다.
다음날 아침, 이들의 딱한 사정을 알던 이웃 최모(여)씨가 아이들에게
성탄절 선물을 주려고 김씨의 집을 방문했을 때, 세 가족 모두 연탄가스에
중독돼 신음하고 있었다. 최씨는 이들을 응급실로 옮겼고 김씨와 아들은
다음날 의식을 찾았지만 딸은 끝내 하늘나라로 떠났다.

살인 및 살인미수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씨에게 지난 4월 춘천지법은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식은 자신의 소유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활고 때문에 자식을 죽이려 한 것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 그러나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오세립)는 2일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김씨를 풀어줬다.

재판부는 "김씨의 죄는 무겁지만,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살아 남은 아들을 위해 열심히 살 것을 다짐하는 이상, 선처해 기회를
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