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뉴욕의 카페 '오 고 고(Au Go-Go)'에서 앨 쿠퍼의 새 밴드
'블러드 스웨트 앤 티어즈' 공연이 열렸다. 객석 한쪽엔 42세 베테랑과
22세 기타리스트가 함께 앉아있었다. 공연 말미, 객석에 있던 두 사람은
함께 무대에 올라 블루스곡을 연주했다. B.B. 킹과 에릭 클랩튼의
첫 만남이자 첫 공연이었다.
그로부터 33년이 흘렀다. 각자 수십장 앨범을 내며 활동하던 두 사람은
75세와 55세가 돼서야 그토록 원하던 협연 앨범을 냈다. '킹과 함께 차를
타고(Riding With The King)'가 그것. 클랩튼이 97년 킹의 앨범 '듀시즈
와일드(Deuces Wild)'에서 킹과 한 곡을 협연한 적은 있지만, 두 사람의
이번 의기투합은 블루스 기타 팬들을 열광케 한다.
B.B. 킹은 두말 필요없는 블루스 기타의 '전설'이다. 가스펠 영향을
받아 기타를 잡게 된 그는 전성기인 1951~85년 사이 무려 74곡을 빌보드
R&B 차트에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앨범에서도 끈적거리는 기타는
물론, 믿기 어려울 만큼 힘있는 보컬을 들려준다.
에릭 클랩튼은 지미 페이지, 제프 벡과 함께 '3대 록 기타리스트'로
꼽힌다. 그룹 '야드버즈' 시절 '포 유어 러브'를 대히트시키며 '슬로우
핸드(Slow Hand)', 즉 '느린 손'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록부터 포크
R&B 레게 컨트리를 두루 섭렵했지만, 음악 뿌리는 블루스다.
컨트리록 가수 존 하이어트 곡인 타이틀곡 '킹과 함께 차를 타고'는
낼름거리는 혀처럼 귀에 감겨들어 시종 풀었다 조였다 하며 블루스 참 맛을
들려준다. 두 사람의 기타와 보컬은 뚜렷한 기승전결 없이도 듣는 이를
무장해제하는 힘이 있다.
'텐 롱 이어즈' '쓰리 어클락 블루스' '데이즈 오브 올드' 같은
킹의 50~60년대 대표곡 5곡을 포함, 12곡이 담겼다. 마지막 곡인 스탠더드팝
'컴 레인 오어 컴 샤인'은 클랩튼이 연주를 고집했다고 한다. 두 사람
보컬이 묘한 여운을 남기며 인상적으로 앨범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