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을 세계화와 다국적 기업 반대 투쟁의 날로 삼자!”

각국의 세계화 반대 운동가 2만여명이 지난 30~1일 프랑스의 중남부
시골 도시 밀로에서 대규모 시위와 축제를 벌였다. 시애틀 뉴 라운드와
다보스 경제포럼에서 세계화 반대 투쟁의 기세를 올린 각국의 노조와
시민 단체 대표들이 밀로라는 생소한 지역에 몰린 까닭은 프랑스 농민
운동가 조제 보베에 대한 재판 때문이었다.

보베는 지난해 8월 동료 농민 9명과 함께 밀로에서 신축 중이던 맥도널드

햄버거 체인점을 파괴한 사건의 주동자로, 현지 경범 재판소 법정에 출두했다.

보베 지지자들은 이번 재판을 「세계화에 대한 재판」이라며 보베와 동료들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재판부에 압력을 가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지자들은

맥도널드 사건 직후 수갑을 찬 두 손을 높이 치켜든 보베의 모습에 「세계는

상품이 아니고, 나 또한 아니다」라는 문구를 새긴 T 셔츠 등을 팔면서 모금

운동을 벌였다. 또한 보베를 지지하는 록 그룹 등이 출연한 콘서트에는

4만여명의 군중(경찰 추산)이 운집했다. 보베가 때려 부쉈던 맥도널드

식당은 재판 기간 폭력 사태를 우려해 문을 닫았고, 경찰이 주변을 에워쌌다.

이 같은 열기에 기세 등등해진 보베는 지지자들을 향해 “밀로는 세계화에

저항하는 유럽의 수도가 됐다”면서 “내년에도 우리 만나자”고 제안,

밀로를 반세계화 운동의 성지로 선언했다.

보베의 맥도널드 파괴 사건은 미국과 유럽의 농산물 무역 분쟁에서
비롯됐다. 유럽 국가들이 미국산 호르몬 쇠고기 수입 금지를 결정하자 미국은
유럽의 일부 농산물에 100% 관세를 매겼고, 특히 프랑스 농민들의 타격이
컸다. 당시까지 무명의 양치기 농부였던 보베도 피해를 당했다. 미국 관세
대상에 보베의 수입원인 양젖 치즈도 포함됐던 것.

결국 보베는 농민들을 이끌고 미국 음식 문화의 상징인 맥도널드를
공격함으로써 70만프랑의 재산 피해를 준 죄목으로 구속됐지만, 동료
농민들의 분노를 대변한 「로빈 후드」로 칭송을 받은 가운데 각지에서
답지한 보석금 덕분에 19일 만에 석방됐다. 그 사건 이후 보베는 프랑스
농민연맹의 대변인 자격으로 시애틀 뉴 라운드와 다보스 경제 포럼 현장에서도
잇달아 반세계화 시위를 주도, 21세기 시민 저항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까지
올라갔다. 그는 "대형 시가를 입에 문 자본가들로 형상화됐던 자본주의는
오늘날 얼굴 없는 주주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면서 "나는 자본주의에
공포를 느끼고 정치에 실망한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그는 맥도널드 파괴 사건에 대해 「상징적 해체」였고 축제에 따른
부수적 피해를 입혔을 뿐이라는 변론을 전개해왔다. 보베는 농민 뿐만
아니라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사람들이 더 이상 무엇에 맞서 투쟁해야
할지 알 수 없던 시점에 보베는 세계화를 진정한 사회적 관심사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최근에 그가 펴낸 책 「세계는 상품이
아니다」는 8만부나 팔렸다. 심지어 보베를 중심으로 한 반세계화 운동가들을
향해 공산주의 붕괴 이후 「새로운 인터내셔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보베에 대한 동정표가 적지 않지만, 재판부는
"프랑스 사법부를 인질로 삼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면서 "거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법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고 밝혔다. 또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수는 없다"면서 보베를 기소한 검찰은 이번 재판에서
보베에게 10개월형(집행유예 9개월)을 내렸고 동료 가담자들에게는 3개월
이하의 형을 요구했다.

피해 당사자인 프랑스의 맥도널드도 할 말이 많다. 맥도널드가 프랑스
경제에 기여하는 공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프랑스에 240개의
지점을 갖고 있다. 우리는 3만명의 프랑스인들을 고용하고 4500명의
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공한다. 우리는 북부 프랑스의 감자를
쓰고 샐러드 재료는 주로 브르타뉴에서 공급받는다. 이익은 시카고에서
배분되는 것이 아니다. 올해에도 우리는 프랑스 농업에 30억프랑을
투자했다." 따라서 프랑스 맥도널드의 드니 엔느캥 사장은 "우리가
미국식 라이프 스타일의 상징인 것은 받아들이지만, 반미의 희생양이
되고싶지는 않다"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