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콜의 신화<1>##
헬무트 콜(70) 전 독일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 청문회가
열리면서 독일 통일과 유럽 연합을 이끌었던 콜의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언론들은 비자금 의혹을 밝히기 위해 열린 청문회를 지켜본
뒤 "전후 최장수 독일 총리의 신화, 독일 통일을 이룩한
거물의 신화가 붕괴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지난 29일(현지 시각) 감청색 양복 차림으로 청문회에 나타난
콜은 준비해온 성명서를 75분에 걸쳐 읽으며 “모든 보도와
비난은 사실이 아니며, 오로지 나를 범죄자로 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 통일에 반대했던 사람들, 특히
녹색당과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자신은 정치적 희생물이
됐다고 주장했다. 콜에 대한 특별 조사는 사민당을 이끄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취임하면서 시작된 것이어서,
정치적 게임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4시간 남짓 진행된 청문회에서도 콜은 특위 위원들의 추궁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위 위원들이 『지난 91년
걸프전으로 무기 수출이 금지된 시점에서 무기회사 티센에
탱크 수출을 허가한 것은 정치 자금을 얻기 위한 거래가
아니었느냐』고 묻자, "미국이 걸프전에 군대를 보내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나서는 바람에 판매를 허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 동독 석유회사를 프랑스에 매각한 것도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에, "다 쓰러져가는 회사를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아 프랑스 회사에 팔게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94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선거 자금 150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죽은 자는 자신을 변호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미테랑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받아쳤다.
여당과 언론들은 콜의 태도를 보고 "거만하기 짝이 없다"며
들끓고 있다. 한 언론은 콜을 가리켜 "한 사람이 16년간
총리를 지내고 25년간 당을 이끌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그의 거만함은 참을 수 없다"고 전했다.
디 벨트지는
"자신 앞에 펼쳐졌던 붉은 카펫을 말고 있다"고 비꼬았다.
녹색당은 콜을 지난 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닉슨과 비교하며, "워터게이트가 오히려 깨끗하다"고
소리쳤다.
닉슨이 중국과 소련을 오가며 데탕트(화해)
분위기를 가져왔지만, 집권 욕심이 부른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과 비교한 것이다. 닉슨은 회고록에
"역사가들은 나를 중국을 방문한 대통령이 아니라, 사임한
대통령으로 첫 문장을 시작할 것"이라고 썼다. 냉전을
종식시킨 콜은 과연 어떤 글을 남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