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심배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서 안타까운 좌초 ##


한국 여성 바둑사에 큰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 성사 단계 직전 물거품으로
끝났다. 6월 21일 한국기원서 끝난 제2회 농심배 국가대표 선발전 A조 최종
결승서 권효진(18) 이단이 최명훈 칠단에 패배, 분루를 삼킨 것.

농심배는 한ㆍ중ㆍ일 3개국서 5명씩 참가, 「생존자」가 남는 나라에
우승이 돌아가는 국가대항 연승전. 한국은 이 대회의 전신인 진로배 5연패
포함 1회 농심배까지 6번의 대회를 모두 석권한 바 있다. 다른 국제 대회와
달리 이창호 조훈현 등 에이스 급들도 예선에 출전하며,「국가 대표」로서의
영광 때문에 프로들의 임전 자세는 각별하다. 선발전에선 4명을, 나머지
한명은 주최측의 와일드 카드로 선정케 돼 있어 대략 40대 1의 바늘 구멍이다.

그러니 여류 기사가 이 영광을 차지한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 한국
여류의 수준은 아직도 남성들에 비해 뒤떨어지는 게 정설로 돼 왔기 때문이다.
약간 문호가 넓다는 국제대회 개인전서도 우리 '토종' 여류 기사가 태극
마크를 단 적은 한번도 없다. 「수입파」 루이나이웨이(예내위) 구단의
경우는 물론 논외.

티켓 1장을 다투는 A조엔 서봉수 최규병 최명훈 등 관록의 강자들을 필두로
양건 유재형 등 젊은 맹장들이 득실거렸다. 누가 보아도 권효진은
'꽃'(약체를 뜻하는 바둑계 은어)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그녀는 김덕규 백흥수 황원준 양건 등 기라성같은 뭇 선배들을 연파, 파죽의
4연승으로 준결에 오르더니 최규병 마저 꺾었다. 최종 결승 상대는 서봉수를
준결서 제친 최명훈. 이 바둑은 최명훈이 불과 93수만에 흑 불계승하는
단명기로 끝났다. 티켓이 눈앞에 다가오자 어린 소녀가 최후의 단계에서
평정심을 놓친 것이다.

하지만 바둑계는 이번 '권효진 쇼크'가 우리 여성 바둑의 눈부신 도약을
보여준 우연 아닌 필연으로 받아들인다. 때맞춰 또 하나의 여성 유망주
박지은(17) 이단이 KBS 바둑왕전 승자 4강에 오르는 등, 여성 바둑은 이제
남성들의 들러리가 아님이 거듭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권효진은 프로 기사 양성으로 유명한 권갑룡 육단의 장녀. 국내 유일의
부녀 프로 집안이다. 어렸을 때부터 바둑 환경서 성장한 탓인지 발전 속도가
눈부시다는 평. 지난해 루이나이웨이와의 특별 3번기서는 한 판을 장식,
루이에 패점을 안겨준 국내 첫 여류로 기록되기도 했다. 여성바둑은 이제
권효진에 의해 국가대표 8부 능선까지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