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 주인공으로 변신…한때의 ‘성장통’ ##

고등학교 2학년 딸을 지켜보는 '오완고'씨는 피가 마릅니다.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코스프레'동아린가 뭔가에 들어 일본만화 주인공 옷을
입고 '설쳐'대기 때문이죠. 아무리 만화가 좋다지만 옷감 끊어다가 직접
바느질까지 하는 딸네미를 볼 때면 "이건 질병 수준이 아닌가" 생각이
든답니다.

'코스프레'는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의 일본식 줄임말이죠.
우리말로 풀어쓰면 '만화주인공 분장대회' 정도 될 겁니다. 영국
글램락(glamrock)의 스타들 흉내내기에서 시작됐다는 주장도 있고요.
여하튼 처음에는 '이국 취향'정도로 취급된 신기한 풍경이었지만 요즘은
우리에게도 너무 익숙한 문화 코드가 된 것 같습니다. '코믹 월드'
'ACA(아마추어 만화동아리 연합)'등은 정기적으로 코스프레 축제를
열고 있고, 이번 달에는 다섯번의 만화분장대회가 치러졌더군요. 학교나
PC통신 등에 생긴 동아리는 수백 개를 넘었고, 관련 행사나 의상 소개,
특수 액세서리를 파는 전문점도 온ㆍ오프 라인 가리지 않고 많아졌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얘기를 시작해 보죠. 일단 코스튬 플레이의 인기는
만화라는 매체의 적극적 수용자가 늘어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출판만화, 그 종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는 캐릭터를 '지금 이곳'의 현실로 끌어내 그들을 살려내는 기쁨을 맛보는 거죠. 단순한 수동적
향유에 그치지 않고 능동적 소비자가 되는 겁니다.

사시(사시)로 이들을 보는 사람들은 보통 두가지 비판을 하는 것 같아요.
하나는 '코스프레'가 일본 만화 주인공들을 흉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왜색문화가 아니냐, 하는 민족주의적 관점이고, 또 하나는 이 청소년들이
현실과 허구, 실제와 환상을 혼동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계몽주의적
관점이 그것이죠.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말 하는 '어른'중에서
그럴 자격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한 문화평론가는 '성장통(통)'으로 보는게 옳을 거라더군요. 중고생
시절, 좋아하는 탤런트나 가수에게 푹 빠져 정신 못 차리는 시절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몰입대상을 만화 주인공으로 했다는 정도가 차이일까요.
사실 축구 매니아가 얼굴에 축구공이나 태극기를 그리고 경기장을 찾는거나,
만화 매니아가 좋아하는 주인공 분장 하는 거나, 뭐가 큰 차이겠어요?
남보다 더 적극적으로 애정 표현을 하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돈이 되냐, 밥이 나오냐, 그게 다 쓸데 없는 짓 아니냐, 는 식으로
얘기하면 더 이상 할 말은 없죠.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물학적 에너지를
반드시 생산적인 차원으로만 쏟아부어야 하는 것만은 아니잖아요.
그거야말로 첨예한 자본주의적 시각인 거죠. 문화는 향유자들의 입장을
먼저 존중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코스프레'를 통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시간을 쓸 수 있다면 그들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행복이
아니겠어요? 그러니, '오완고'씨, 너무 걱정일랑 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