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만나기 꺼려하는 여성 만화가들을 설득하는 일은 힘들다.
"작품으로만 말하면 되지 않느냐"라거나 "글쓰는 사람들과는 달리
작업에 필요한 절대시간이 너무 많아 정말로 짬이 없다"라고 사양하는
작가가 대부분. 감언이설(?)로 꼬드겨 봐도 요지부동이다. 1년여 만에
'우주인'(서울문화사)을 낸 이향우(31)도 그랬다.

중랑구 신내동,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에 있는 그의 작업실이자
생활공간을 어렵사리 찾아갔다. 그는 "많으면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외출하는 게 고작"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사람 만나기 싫어하고 말도
잘 못하고, 수줍음 많이 탄단다. 그 흔한 어시스턴트도 한 명 안 쓴다.
그래, 진짜 이유는 이거 였구나.

이향우의 만화는 독특하다. 처음부터 팬시 상품을 의식한 듯 뚜렷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와, 순정체도 만화체도 아닌 새로운 '화체'로
주목받았다. 잡다한 주변 배경을 최대한 생략하고 단순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창조했다. 그리고 그 캐릭터는 만화 속 왕자님 공주님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보듯, 쉽게 좌절하고, 슬퍼하며, 소주 한잔에
위로받을 수 있는 평범한 젊음들이다. 어쩌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느낌이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친구라는 관계도 부담스러워 질 때가
있잖아요. 원치 않지만 경쟁하게 되기도 하고, 빡빡한 시간 속에 회사와
가정으로 함몰되기도 하고. 시집간 여자들은 더욱 그렇죠. 역설적인
바램을 그린 거에요. 변치 않는 친구들을 갖고 싶은."

사실상 대중적인 인기를 끈 작품은 '우주인'이 처음인 덕에
신인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그의 데뷔는 지난 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신아 이빈 최인선 등을 배출한 만화동아리 '결'에서
고 1때부터 활동했고, 'One Thousand Miles' '은복이' '마르고와
까미' '달에 홀린 광대' 등의 작품집을 냈다. 활동 기간에 비해 작품
수가 많지 않은 건 "남과 다른 독특한 작품이 아니라면 구태여 또 그릴
필요가 있겠는가"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우주인' 연재를
끝낸 지금은 문화잡지 월간 '페이퍼'에 그리는 한 페이지짜리
'쿨 월드'의 고료가 유일한 호구지책. 생활비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지만, 일단 마음만은 느긋하게 먹기로 했단다.

그의 작업실은 그가 그리는 만화 만큼이나 깜찍했다. "나, 자랑 할 것
있어요. 이거 다 제가 만든 거예요"라며, 엉성하지만 깜찍한 책장,
테이프꽂이, 수납장들을 보여줬다. 동네 아파트 단지에 버려진 가구들
주워다가 1000원짜리 실톱 들고 끙끙거리며 잘라 만들었단다. 못생기고
투박할지라도 값비싼 이태리가구에 댈 게 아니다. 그것도 직접 애정
불어넣어 만든 수제품임에야. 그의 만화 캐릭터들이 뿜어내던 까닭모를
따뜻함이 어렴풋이 이해가 되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