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초등학교 교사인 한 캐나다 교포가 제주도 서귀포에서
임진각까지 홀로 통일기금 마련을 위한 국토 대장정에 나선다.
이경상(57·캐나다 밴쿠버 거주)씨. 마라톤 선수 출신도 아니고,
무더위에 장마까지 겹친 날씨에 무작정 길 떠나는 모험을 감행하기엔
나이도 만만치 않다.
23일 오전 7시 서귀포 천지연폭포를 출발해 목포 광주 대전 청주
천안 서울을 거쳐 임진각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하루 50~60리씩 걷고
달려 450㎞쯤 되는 거리를 국도를 따라 한달 넘게 갈 작정. 이 길고
외로운 도전에, 그를 후원해주는 기업이나 단체 하나 없고 응원해주는
사람도 아직 없다.
『달리고 걷고 묵상하면서 그렇게 갈 작정입니다.』
이씨가 통일을 기원하는 국토 종단을 결심한 건 지난 93년.
『캐나다 청년 테리 팍스처럼 자신을 희생해 사회에 도움되는 뜻깊은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테리 팍스는 골육종으로 다리를 절단하고
의족을 한 채, 지난 80년 암 연구를 위한 기금을 모으려고 캐나다
6개주를 횡단하고 이듬해 죽은 젊은이다.
이씨는 『30대 초반에 이민가 살다보니 조국에 늘 빚진 마음이
들었다』면서 『나를 보면서 사람들이 적은 돈이나마 각자 통일에
대비하는 성금을 내고, 정부가 그 돈을 통일기금으로 모아두었다가
통일후 뜻있게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43년 충주 태생인 이씨는 10여년간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지난
76년 캐나다로 이민가 소매점을 해왔다. 93년에 이 「거사」를 결심한
뒤, 2년전부터 하루 4시간 뛰고 2시간씩 걸으며 체력을 단련해왔다.
하지만 생업과 병행하는 게 쉽질 않자 작년 8월말로 가게까지 정리했다.
이씨는 『좋은 취지로 출발하면 도중에 후원자도 생기고 내 뜻을
알아주는 동참자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떠난다. 하지만
주위에선 『한국은 자선 문화가 발달한 외국과는 사정이 다르다』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여든 넘은 노모는 아직 모르고 계십니다. 집사람도 제 나이
생각해 반대하지요. 하지만 두 아들들이 저의 든든한 후원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