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은 약속 시간에 늦었다. 인기 여배우가 인터뷰에 칼 오면
그게 이상하지. 올 여름 한국판 블럭버스터를 자임하는 '비천무'
개봉(7월1일)을 앞두고 만나는 자리다. "저, 죄송해요, 차가
밀려서요." 그럼. 서울은 교통 지옥인 걸요.
카메라가 앵글을 잡자, "잠깐만 괜찮아요?'한다. 화장을 마저
해야겠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 아랫입술만 연필로 입술 선을 그린
미완성 상태. 마스카라도 그 자리서 올린다. 그래도 첫눈에 눈치
못 챘으니, 미인 프리미엄이 크다.
"저, 이번에 열심히 했어요. 후시 작업 때 필름을 봤는데,
근사하던데요."
생글생글 웃으며 첫 마디에 영화 홍보다. 그럴 만도 하다.
'TV 불패-영화 참패'란 별명이 돌 정도로 김희선은 영화마다
재미를 못 봤다. 무엇보다 연기력이 문제가 됐다.
"그동안 영화에 전념하고 만들지 못했어요. 낮엔 텔레비전
드라마 찍고 밤엔 영화 촬영하고. 드라마는 찍기 직전에 대본
나오잖아요? 그렇게 일하던 식으로, 영화를 너무 간단하게
생각했던 거지요."
'비천무'는 중국 상해 남쪽 청명상하도 세트장에서 석달 동안
찍었다. 광고 촬영하러 상해에 사흘 갔던 것과 앙드레 김 패션쇼
출연하러 서울에 한번 다녀간 것 외엔 오로지 영화 촬영에만 집중했다고
말한다. "10대 소녀에서, 아이 둔 어머니 역할까지 해내야 했는데,
연기가 뭔지 이번에 정말 고민해봤다"고, 철든 이야기를 한다.
'비천무'는 원나라 말엽 몽골인, 한족, 고려인의 숙명적 사랑과
비련을 담은 액션 무협. 김영준 감독의 데뷔작으로, 액션 연기와 특수
효과를 다양하게 채택, 한국 영화의 '스타일'을 새로 탐색한다고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액션 중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직접 했어요. 안 예쁘게 나올 것 걱정 안해요. 액션 디자인
자체가 워낙 멋있게 나와서요."
며칠 전 스물 세번째 생일을 보냈다. "열여섯살 때 배철수
아저씨랑 'TV가요20' 공동 사회 봤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 스물
일고여덟 된 줄 아는 분들이 많아요. 억울해요."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로 눈길을 모았고 '토마토'같은 트렌디 드라마에서 당돌하고
깜찍한 신세대를 연기하며 억대 cf 모델 랭킹에 올라섰지만, 잘하는
배우 소리 들을만한 작품은 없었다고 스스로 말한다.
지금 당장 소망이 뭘까.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 "당장 결혼하고
싶구요, 아들 셋 딸 하나 낳고 싶어요. 그리고 멋진 영화 찍고 싶어요!"
아직 스물 넷이 안됐다고 젊음을 과시하던 여배우 첫 소원이 결혼? 요즘
그를 싸고 돈 결혼설-연애설은 내막이 있는 이야기였구나? "사람은
없어요. 그냥, 결혼하고 싶단 거지요." 갑자기 자긴 구설수가 많아서
너무 힘들단다. 이름 자 중 기쁠 희자에 입 구자가 많아 그렇다는데,
이름자를 바꿔볼까? 그런 소리도 한다. 허나, 굳이 이름 자를 탓할
필요 있을까. 이렇게 맘에 있는 말은 즉시 해버리니. 그 솔직함이
오히려 건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