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한현우입니다.

제 이름을 보시고 "또야?" 하실 분이 많겠지만 반갑다 하실 분도
계셨으면 합니다. 짧게 저를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작년 여름 이동진씨가 장기 출장간 틈을 타 이곳에 '인간
이동진론'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주간조선부에 있었죠.
그 다음 "주간조선에서 영화를 맡고 있으니 이메일클럽에 글을
쓰라"는 이동진씨 '엄명'에 다시 돌아와 "전데요..." 한 적이 있죠.
그랬다가 지난 3월 문화부로 복귀하면서 "방송 담당이 됐기 때문에
물러갑니다" 하고 이메일클럽을 떠났습니다. 그때 "한현우를
사수하라" "섭섭하다"고 글을 보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또 돌아왔습니다. 무척 어색하네요. '시네마레터'가
'컬처클럽'으로 확대개편 되면서 방송담당도 글을 쓰랍니다. 하여튼,
돌아왔습니다. 가끔 글 올리겠습니다.

오늘은 '연예인 팬클럽'에 대해서 이야기 드릴까 합니다. 요즘 제
골칫거리이기도 합니다. 팬클럽의 '파워'랄까, 그 극성스런 열정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특히 10대들에게 인기 높은 가수들 팬클럽이 더
그렇지요.

예전 제가 기사도 썼지만, 개그맨들이 가끔 팬클럽의 타깃이 됩니다.
개그맨 최양락은 한 프로그램에서 "H.O.T가 미국서 700만원을
잃어버렸다는데, 그 정도는 H.O.T한텐 껌값이죠" 했다가 엄청난
항의를 받았죠. "700만원 짜리 껌이 어디있냐"부터 "니 배에는 칼 안
들어가냐"는 글이 방송사 게시판에 쏟아졌습니다.

개그맨 백재현은 '개그 콘서트'에서 김영철에게 "너는 전생에 다리만
예쁜 옥주현이 틀림없어"라고 했다가 핑클 팬클럽으로부터
최양락과 똑같은 항의를 받았습니다. 이쯤 되면 아무리 웃긴다 한들
인기 댄스그룹 소재로 개그 못하겠죠.

그런데 최근 제가 최양락이나 백재현이 당한 일을 고스란히 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달에 '이적의 FM플러스'를 진행하는 가수 이적을
인터뷰했습니다. 그 인터뷰 기사가 신문에 게재된 건 5월
22일이었는데, 인터뷰는 그 몇 일 전에 있었습니다. 인터뷰의 경우,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을 잊어버리기 전에 기사를 써두는 편이라서,
미리 기사를 출고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에 이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그 동안 이 시간대 MBC
FM은 댄스그룹에 공동진행을 맡겨 '자멸의 길'을 걸었다." 그
'댄스그룹'은 다름 아닌 젝스키스였습니다. 젝스키스가 진행하던
시절 그 프로그램에 대한 평은 구구절절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제가 '자멸의 길'에 홑따옴표를 붙인 게 어떤 뜻인지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어찌됐든 그 글귀는 'FM 플러스'를 포함해 그 시간대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한 저의 불만이 담겨있기도 했고, 좀 세다 싶은
'독설'이었죠. 그런데 문제는 그 기사가 나가기 이틀 전인가,
젝스키스가 해체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물론 그때는 이적 인터뷰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상태였습니다. 해체 이유에는 여러 소문이
있었는데, 소속 기획사의 횡포가 가장 큰 이유로 알려졌습니다. 누구
말대로 제가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꼴'이 된 겁니다.

기사가 나간 아침, 이메일이 2통 왔습니다. "해체해서 슬퍼 죽겠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차, 싶었지요. 그래서
팬클럽이든 홈페이지든 "그럴 생각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팬들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는 글을 올릴 생각이었습니다. 또는 그 메일을
정리해서 '조선일보를 읽고'라는 독자면 코너에 실을까 했습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오니 40통, 다음날 출근하니 100통이
와있었습니다. 80% 이상이 정말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욕이었습니다.
몇 가지만 소개하면, "너네 엄마 창녀냐" "퇴근길에 쑤셔버린다"
"000(젝스키스 소속사 사장)한테서 돈 처먹었냐" 등등입니다.
참고로, 그 소속사 사장은 젝스키스 팬클럽의 '공적(公敵)'이 돼있는
상태입니다. 그 외 일상에서 흔히 듣는 욕설은 말 할 것 없습니다.

오늘 현재 쌍소리로 점철된 이메일은 300통쯤 됩니다. 모두 한쪽에
모아두었죠. 이메일이란 묘한 매체여서, 전화는 지금껏 그리 많이
오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걸려온 횟수는 많아도 받은 횟수가 적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전화로는 단 한 통만 "니가 한현우냐?
X!@#$%^&&*"하고 끊고, 나머지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러분 가운데 저를 나무랄 분도 계신 걸 알고 있습니다. "어찌
그렇게 심한 글을 쓸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젝스키스가 해체한 직후에 그런 기사가 나간 것, 젝스키스 팬들에겐
정말 미안한 일입니다. 그 부분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정정보도'는 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사건사고 보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자의 주관적 느낌이 강할 수밖에 없는
기사에서, 게다가 방송담당 기자가 그 정도 '독설'은 뿜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라면 영화기자는 배에 칼이 들어올까봐 "영화 재미없다"고
못쓰고, 문학담당 기자는 욕 메일 받기 싫어서 "그것도 작품이냐"는
글을 못쓴다는 결론입니다. 크게는 공무원 비리도 같은 이유로
못쓴다는 논리 아닙니까.

이 글을 쓰기 직전 중학생으로 들리는 앳된 목소리 여학생이 전화를
해왔습니다. "어떻게 그런 글을 쓸 수 있느냐" "그 부분은 미안하게
생각한다" "정정기사를 내달라" "그건 못한다" 이런 얘기가 오가다가
그 여학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화번호와 메일만 아는 게 아니예요. 얼굴도 알아요. 정말 그렇게
할 수도 있어요" 제가 "어떻게요?" 하고 물으니 "칼로 찔러 죽일 수도
있다구요" 하더군요. 여러분, 제가 어느 날 칼에 찔려 죽어 조선일보
부음란에 나오면, 해당 경찰서에 제보 좀 해주십시오.

한 여학생은 전화를 해와 펑펑 울었습니다. 시종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하면서 엉엉 울기에, "이제 할말 다 했어요?" 하니까,
"아니오, 흑흑, 할말, 엉엉, 많은데요, 흑흑, 지금, 흑흑, 학원가야
되거든요, 흑흑" 했습니다. 그래서 "그럼 다시 전화하세요"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니 내가 정말 못할 짓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토록 열광할 수
있는 게 과연 몇 가지나 될까. 다 어른들 책임이다, 그런 생각
말입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팬클럽에 정식 사과를 하고 싶기도 합니다.
욕지거리가 없는 메일에는 일일이 답장하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엄청나게 쌓여있는 욕설과 협박 메일을 보면, "내가 혼날
만큼은 혼났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앞으로 제가 젝스키스를 다시
기사 소재로 삼을 일도 없겠죠.

회원 여러분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방송담당이 돼서 처음
쓰는 이메일인데, 좀 더 즐겁고 신나는 이야기를 들려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의견을 말씀해주시면 적극 답해드리겠습니다.
그렇지만 젝스키스 팬이 계시다면 앞에 제가 나열한 그런 욕은 하지
말고 보내세요.

워낙 민감한 소재라, 쓰고 나서도 개운치가 않네요. 다음에 또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한현우(hwhan@chosun.com)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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