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냄새…. 어째서 이렇게 가슴이 저려오나. 시멘트 길을 걷다가
흙냄새를 맡으며 걸으니 감격스럽기까지 해서. 얼마나 그리웠나.
도시와는 다른 흙냄새, 넓게 펼쳐지는 풍광. 영암의 구림 마을에
들어서자 정자와 집마다 낮은 흙담. 두 눈을 가득 메웠다. 아, 아직
이런 마을이 있구나! 마을 사람들과 함께 늙어가는 개들. 이상하게도
많은 하얀 개들. 모두 평화로워 보였고, 어떤 병도 어렵지 않게
나을 것만 같았다.

나는 이곳을 꿈꾸듯 돌아다녔다. 그만큼 고풍스럽고 빼어나게
아름다왔다. 백제시대엔 일본, 중국으로 가는 뱃길이 열렸던 국제항구
상대포. 이제는 호수로 남아 토지문화회관의 근사한 배경이 되어주고
있다. 회관 잔디밭에서 뛰노는 아이들. 언젠가 6살짜리 꼬마아이의
얘기가 생각났다.

"유치원에 가면 유치원 선생님 마음대로고, 집에 오면 엄마
마음대로고, 도대체 내 마음대로는 언제야?"라는 도시 아이의 외침.
어른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혼이 느껴지는 삶을 원하는 거다. 숲이
있고, 흙이 있는 자리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난 야생화처럼 춤추고
싶은 거다. 흙냄새를 맡으며 내 혼을 만난 내가 한없이 기쁜 것처럼.

광주 비엔날레를 본 후 한 시간 지나 국도 13번을 따라 달리면 영암
구림마을에 일종의 박물관인 영암 도기문화센터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왕인 박사 축제가 열리는 4월 초 가로수가 ?꽃인 영암가는 길은 끝내주게
예뻤다. 청동기시대부터 만들어진 토기들과 함께 제 1회 흙문화제의
작품들이 이 달 말까지 전시된다. 차로 10분을 가면 월출산 아래
도갑사가 기대 이상의 기쁨을 준다. 전남 영암군 군서면 서구림리
연중무휴 0693-470-2566

( 글·사진=신현림·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