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다룬 북한의 신문 방송 매체는
몇 가지 점에서 종전과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김대중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방송에서 처음으로 공식
사용했다는 것이다. 북한 방송은 지금까지 김 대통령을 '남조선
집권자', 비난방송을 할 때는 '외세의 앞잡이' 등의 표현을
써왔다. 북측은 스스로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했지만 한국에 대해선 '대한민국' 대신 '남측'
이라는 표현을 썼다. 평소 사용해오던 '남조선'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또 방송에서 박재규 통일부 장관, 이헌재 재경부 장관,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 등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우리식과는 달리 '통일부
장관 박재규' '재경부 장관 리헌재' 등으로 호칭했다. 이희호
여사에 대해선 '부인'이라고 호칭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은 모두
1면에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환한 표정으로 악수하는 사진을 가로
20㎝, 세로 25㎝ 크기로 실었다. 평양 시민이 꽃다발을 흔들며
김 대통령을 환영하는 사진과 김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박수를
받으며 환호하는 군중에 손을 흔드는 사진도 1면에 함께 게재됐다.
두 신문은 '본사 정치보도반' '조선 중앙통신'이라고 표기를
달리했으나, 편집만 다를 뿐 기사 내용은 같았다.

두 신문은 '력사적인 평양 상봉과 북·남 최고위급회담을 위하여
오는 남측대표단 평양 도착'이라는 제하의 1면 기사에서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6월13일 평양비행장에 나가시어 김대중
대통령을 따뜻이 영접하시었다"며 "평양 비행장과 수도의 거리들은
뜨거운 환영분위기에 휩싸였다"고 소개했다. 노동신문은 2, 3개면에
걸쳐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인민군을 사열하는 모습, 두 정상의
기념사진, 두 정상과 남측 공식수행원의 기념사진, 김 대통령 내외가
화동으로부터 꽃을 받는 모습 등을 화보로 다뤘다.

신문 사진에는 김 대통령의 모습이 정면으로 나오는 등 두 정상간
비중이 고르게 반영됐다. 그러나 두 신문은 김 대통령이 서면으로
도착성명을 발표했다고 언급했으나 내용은 싣지 않았다.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움직임을 보도할 때 두 사람에 대한 조사나 어미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김 위원장에 대해선 '~께서는' '평양비행장에
나가시어' 등의 극존칭을 사용한 반면, 김 대통령에 대해선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김 대통령은~' 등의 표현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