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평양 방문을 하루 앞둔 12일 공식 일정 없이 '사색과
산책의 시간'을 주로 가졌다. 11일 밤은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보내며
평양에서 행할 기조연설문과 만찬사를 직접 다듬어 실무진들에게 넘기고
난 뒤, 12일엔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참모들은 전했다.

오전 11시30분 온갖 꽃과 수목으로 가득한 청와대내 정원인 녹지원을

거닐고, 연못에 들러 붕어 등 물고기에 먹이를 주었다. 이희호 여사와

함께였다. 오랜 만에 녹지원 벤치에 앉아 녹지원 주변의 수목과 꽃들을

감상하고, 관저앞에 키우는 진돗개 두 마리(‘처용’·‘나리’)에게

직접 먹이와 물을 주고 쓰다듬기도 했다.

참모들은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준비하느라 오랫동안 긴장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모처럼 사색을 하면서 홀가분하게 생각을 정리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비공식 일정도 점심식사 후 수석비서관들의 간단한 보고를 받은
것이 전부였다.

김 대통령은 이후 저녁까지 주로 비디오 테이프와 서면 자료 위주의
가벼운 '북한 학습'을 계속했다. 과거 남북회담 때 찍은 북한의 각종
풍물 사진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의 당·정·군의 실세급
지도자들에 대한 인물 익히기 등을 했다는 후문이다.

역사적 정상회담에 임하는 김 대통령의 기본 생각은 이번 방북이
어떻게 하면 민족의 장래에 도움이 되도록 하느냐에 모아져 있다고
참모들은 설명했다. 특히 1300년 통일국가를 유지해온 우리 민족이
100년 전 외세의 물결 속에서 폐쇄와 쇄국을 택함으로써 일제 식민지와
동족간의 전쟁, 55년간의 남북긴장 등 '질곡의 역사'를 거쳐왔음을
상기하며 '역사와의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준영 대변인은 "이번 회담이 한민족의 화해와 협력, 장기적으로는
번영과 통일의 길에 이르는 첫 걸음이 되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남북간 평화공존이 선결 과제라는 것이 김 대통령의 사고의 바탕에
깔려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