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밤 서울 광진구 「테크노 마트」 뒷편 광진문화원 지하강당. 엄마 아빠 손잡은 아이들 150여명이 객석을 메웠다. 객석 맨 앞줄에는 올해 미수(미수ㆍ88세)를 맞은 작곡가 김동진(김동진)선생과 동국대 대학원장을 지낸 원로 행정학자 서기영(86 서기영)선생이 자리했다.
광진 소년소녀합창단의 「작은 음악회」. 이런 축사, 저런 인삿말을 끝낸 일부 지역 유지와 구청 관계자들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 대부분 자리를 떴다. 광진구 관내 초-중- 고교생 96명이 참여한 아마추어 합창단이지만, 중-고생들은 시험기간이라 빠지고 이날 무대에는 초등학생들만 옹기종기 올랐다.
「섬집아기」 「경복궁타령」 「노래하는 숲속」을 차례로 노래한 아이들은 아주 특별한 노래 한곡을 2부순서 첫곡으로 불렀다. 김동진선생이 작곡한 「자장가」. 서기영선생 노랫말이다.
「가고파」의 원로 작곡가는 아마도 생애 마지막곡일지도 모를 신작 가곡의 공개 초연(초연)을 프로 무대서 활약하는 성악가 대신, 작사자가 사는 동네 소년소녀합창단에게 맡긴 것.
「잘자라 아가야 사랑하는 아가야(반복)/장미꽃 꽃밭에 꽃송이 잠들고/학들도 나무에 모여서 잠든다/잘자라 아가야 사랑하는 아가야(반복)」.
아름답고 곱고 포근한 이 노래를 소프라노 박미혜가 KBS 1FM 라디오를 통해 지난달 내보내긴 했으나, 공개무대서 공식 연주하기는 이날이 처음. 4절로 된 「자장가」 연주가 끝나자 귀에 보청기를 단 김동진선생이 감격스런 어조로 말했다.
“가곡 「가고파」이후 내 노래중 선율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슈베르트 모차르트 브람스, 모두 좋은 자장가를 남겼는데, 나도 이땅의 아이들을 위한 자장가 작곡을 마음에 두던차 가사가 너무 마음에 들어 만들었어요.”
김선생은 “내 「자장가」는 2000년대 태어나는 아기들을 축복하는 노래”라면서 “아이들은 잘 자야 잘 자라므로, 앞으로 이 노래를 배워서 많이 불러달라”고 말했다.
1930∼40년대 명 소프라노로 이름날린 한복덕(한복덕)여사 부군인 작사자 서기영선생은 “이 늙은이는 얼마 못살지만 아이들이 이 노래를 벗삼아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고 감격했다. 한복덕여사는 광장동 극동아파트 자택에서 산소통을 달고 투병중이다. 1920년대 「반달」「달마중」등을 보급하며 선구적 동요가수로 활약하다 요절한 서금영이 서기영선생 손윗 누이.
김선생과 서선생은 실향민으로, 북한땅 황주를 그리는 「고향의 노래」(96년), 서선생의 어머니를 그리는 「사모곡」(98년)도 몇해전 함께 만들었다.
광진 소년소녀합창단 지휘자 최성기씨는 “오늘 무대서 초연한 김선생님 자장가는 우리 가슴에 영원히 남을 노래” 라며 청중과 함께 「자장가」1절을 다시 불렀다.
초등학교 5학년 딸과 함께 광진문화원 강당을 찾은 민주당 추미애(추미애)의원은 “이런 뜻깊은 밤인줄 몰랐다” 며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좋은 노래를 선물해 주셔서 고맙다}고 고개숙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의 신작 노래를 들꽃같은 동네 아이들이 입을 모아 초연한, 작지만 아주 큰, 아름다운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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