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이는 언제부턴가 예전 같지 않았다. 생각은 딴 곳에 가 있는
것 같고, 괜히 신경질을 부려 댔다. 성적도 떨어졌고, 자꾸 아파서
병원에 가보면 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스스로도 자신이 좀
이상해지는 것 같다 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런 능력은 청소년기를 지나며 얻게 된다. 따라서 우울하고 불쾌한
기분을 머리가 아프거나 힘이 없다는 식의 모호한 신체 증상이나
공연한 짜증, 유난히 겁을 많이 내는 등의 증상들로 표현해 부모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곤 한다.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도
우울하고 슬퍼 보이기보다는, 산만하고 게으르며 화를 많이 내는
아이로 변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아이가 우울하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는 신호들로는 예전에 즐기던
일들에 대한 흥미를 잃거나, 쉽게 지치거나, 수면과 식욕의 큰 변화가
오거나, 집중과 결정을 못하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절망적인 혹은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특히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시기에 흔히 발견되곤 한다. 또한 우울증을 앓는
아이들의 기분 변화는 정상적인 청소년의 변화무쌍한 기분보다 변화의
폭이 더 심하고 지속적이다.

우울증은 유전적 영향이 강하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서로 싸우거나
헐뜯는 부모, 엄격한 규율, 냉담한 부모,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 등이
가장 흔하다. 이렇게 원인이 다양한 만큼 치료도 원인에 따라 달리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먼저 부모가 아이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 될 수
있으면 아이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의 생각과 고민들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려 노력해야 한다. 아이가 즐기는 놀이나 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칭찬으로 아이의 자신감을 회복시켜 줘야 한다. 그래도 증상이
계속되면 소아 청소년 정신과를 찾도록 하자. 정신치료, 가족 치료와
약물 치료로서 우울증은 의외로 쉽게 치료 될 수 있다. 그러니 더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빠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 김창기·정신과 전문의·그룹 「동물원」 리드싱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