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나서면 부서져 내리는 유럽의 눈부신 햇볕. 하지만 전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은 빛과 소리의 향연을 보기 위해 그 햇볕을 포기했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2000년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가 5일(현지시간)
프랑스 안시 봉리우 센터에서 엿새간의 일정으로 축제의 막을 올렸다.
올해로 40회를 맞이한 안시 애니메이션 영화제는 원래 칸느 국제영화제의
애니메이션 부문으로 진행되다 지난 56년 분리됐다. 자그레브, 오타와,
히로시마와 함께 세계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로 불리며 권위와 역사에서
으뜸으로 손꼽힌다. 주로 예술성 강한 유럽의 작품들이 강세를 보이며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취향의 시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1092편의 장ㆍ단편 작품이 응모했다. 특유의 붉은
주단으로 유명한 봉리우 센터에서 이 작품들을 첫번째로 본 행운을 가진
안시의 심사위원단은 이 중 4편의 극장용 장편, 116편의 단편, 학생 부문
57편, 102편의 TV용 상업용 필름을 본선 진출작으로 골라냈다.
한국 작품으로는 프로젝트 창작집단 먼지(박보경 신영재 강인경)의 단편
'사이'가 비경쟁부문 본선에 진출했고, 또 프랑스 현지에서 유학중인
김진영의 단편 '자리만들기'가 학생 부문 본선에 진출했다. 안시와 우리
작품과의 인연은 올해가 두번째. 작년에는 이성강 감독의 단편 '먼지속의
재'가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했었다.
한편 이번 안시 애니메이션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은 월트 디즈니 그룹의
로이 이 디즈니 부회장이 맡아 눈길을 끌었다. 전통적으로 예술성이 뛰어난
애니메이션에 주목해 온 안시 영화제에 상업 애니메이션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디즈니 가의 인물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또
이번 축제기간 동안 우디 우드페커(Woody woodpecker) 캐릭터로 유명한
미국 월터 랑츠와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선구자 오머 부케이 두사람의
회고전이 열린다. 애니메이션 발전의 터를 닦은 선대 애니메이터의 공을
기리겠다는 취지다.
이번 안시 영화제에서는 또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가 처음으로 독립부스를
설치하고 한국 애니메이션 홍보에 열을 올렸다. 또 올 12월 국제 대학
애니메이션 축제를 추진하고 있는 PISAF(부천 국제대학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조직위원회도 관계자를 대상으로 활발한 홍보 활동을 펼쳤다.
'2000 안시 애니메이션영화제'의 티지아나 로시 사무국장은 "애니메이션
100년, 안시 40년 역사를 통해 해마다 보석같은 작품들이 안시로 몰려 들고
있다"며 "과거의 명작들은 물론, 현재 전세계 최고 수준의 애니메이션들을
맘껏 즐겨달라"고 했다.
(* 안시(프랑스)=어수웅기자 jan10@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