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도 없다. 11평 홀에 탁자 네개 10여석, 요리사는 네명이다. 철저한
예약 운영. 손님과 미리 팩스를 주고 받아가며 사람수, 취향, 주문에 따라
메뉴에 없는 맞춤 요리도 차린다. "보다 충실하게 준비하려고" 평일
점심 영업은 하지 않는다. 국적 불명 '퓨전' 바람 속에서 드물게 상큼한
정통 프랑스 요리를 내지만, 값은 특급호텔 찜 쪄먹게 세다. 한사람이
최소 5만원은 들여야 한다.

서울 압구정동 뒷골목에 작년 4월 들어선 라미띠에(02-546-9621)는

여러모로 희한하다. ‘양보다 질’에 ‘소수정예’랄까. 요즘 유행하는

‘귀족 마케팅’ 수법을 닮았다. 주인 겸 주방장 서승호(33)씨는 프랑스

코르동 블뢰에서 중급 ‘엥테르메드’ 단계까지 공부하고 2년 동안 파리

레스토랑 다섯군데서 일했다고 말한다.

조리 포인트는 재료가 지닌 본래 맛을 살리는 것. 양념으로 소금과
후추만 쓰고, 구이엔 버터를 사용한다. 냉동 식재료는 쓰지 않는다고
한다. 전채 '포트와인 소스 푸아그라'(2만1000원)는 상품을 써서 짙고
풍성한 맛. 구수하다. 메뉴에 없는 훈제 연어 말이도 상큼하다.

주요리로 '화이트 소스와 토마토가 어울리는 메로 구이'(3만원),
'감자 퓨레와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 가리비 구이'(3만6000원)를
맛봤다. 두툼한 메로 덩어리 한쪽에 밀가루와 달걀 섞은 것을 바르고
빵조각을 얹어 노릇하게 구운 뒤 오븐에서 마저 구웠다. 기름이 빠져
내려 가볍고 바삭바삭하다. 가리비 구이 역시 질 좋고 생생한 가리비
맛이 잘 살아있다. 흔한 패주 요리와 달리 부드럽게 씹힌다. 주말과
휴일엔 점심도 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