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남자를 만났다. 정말 그는 대나무처럼 심플했다. 말이
없고 눈에 잘 띄지 않았으나 움직일 때마다 상쾌한 소리가 났다.
아주 깊은 울림을 간직한 소리. 마음을 비우면 얼마나 편안한지
그를 통해 알았다.
광주행 고속버스 안에서 내내 생각한 대나무 남자. 초여름 비가
내리는 풍경이 그 남자를 지워갔다. 비올 때의 버스는 와이퍼가
필요하지만 지금 나에게 대나무가 필요하다.
박물관 죽제품마다 대숲에서 일렁이는 바람소리가 들렸다. 대나무를
혈육처럼 여기던 장인. 보는 이에게 신선한 활력을 주는 그들의 정신.
이 시대에 그리운 대나무 남자가 여기도 있었구나. 그 남자의 향기가
가득하구나.
이곳에선 시끄러운 도시보다 더 굉장한 삶의 진실이 보였다.
황금만능의 욕망과 본능에 휘둘리는 요즘. 속을 비운 대나무의 깨끗한
기품과 여유. 존재의 균형감. 하늘을 우러러 정조를 지키는 삶의
태도….
광주 무등산 너머 29번 국도 따라 가면 우측에는 소쇄원, 좌측에는
식영정, 그 중간에 송강정이 있다. 이렇게 가사문학의 현장에서 계속
10분 정도 달리면 정겹게 펼쳐진 논밭 사이에 죽물박물관이 자리한다.
죽종장(대나무를 심어 길러내고 전시도 하는 곳)엔 솜대, 왕대, 맹종죽,
갓대 등 64종의 대나무도 볼거리다. 주변의 대나무 공예품 상가.
돌아와서 생각하니 물건 하나 안 사고 온 게 못내 후회되더라.
배트맨 가운처럼 넓은 돗자리를 펴고 누워보라. 잃어버린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모두 언젠가 돌아오기 위해 헤매고 떠나고 괴로운
거라. 돗자리같은 평화를 찾기 위해.
전남 담양군 담양읍 천변리 401의1 0684-381-4111 연중무휴
(* 글·사진=신현림·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