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2월 세계 최초의 휴대 전화 인터넷이 일본에서 탄생했다.
NTT 도코모㈜의 「i모드」. 처음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기자
회견장에 불과 8명의 기자만 나타나 NTT측을 낙담케했다. 하지만
「i모드」가 디지털 혁명의 물줄기를 바꿀 역사적 발명품임을
알게 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붐은 여고생과 젊은층부터 불붙었고, 일단 폭발하자 걷잡을 수
없었다. 사용자가 하루 3~4만 명씩 늘어나며 1년새 무려 600여만명이
됐다. 지금 「i모드」는 PC(퍼스널 컴퓨터)를 능가하는 일본 최대의
인터넷 프로바이더(접속업체)다. 「PC의 인터넷 독점 시대」의 붕괴를
의미했다. 인터넷 후진국 일본으로선 반전의 계기를 잡은 셈이었다.
일본의 디지털 경제는 지금 돌연변이에 가까운 진화를 거듭중이다.
미국에서 처음 폭발한 디지털 혁명. 그 미국식 원형에다 일본은 자신의
특기를 얹었다. 소형화·압축 기술로 수정 개량해 미국형과는 다른
「화제 모델」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탄생한 「일본형 e이코노미」로
디지털 혁명의 미·일 역전극을 이뤄내려 한다.
'다마고치'로 유명한 게임 소프트 업체 반다이㈜. 이 회사의 인터넷
사이트엔 매일 100만명의 고객이 휴대 전화로 접속해 유료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는다. DLJ 디렉트 증권은 전체 주문의 14%가 휴대 전화
인터넷으로 들어온다. 올 여름 세워질 「재팬네트 은행」은 신규 예금
개설부터 융자금 상환까지 모든 금융 서비스를 휴대 전화로 제공할
계획이다.
「i모드」로 접속 가능한 인터넷 사이트는 8000여개. 티켓 구입·
쇼핑에서 음악 다운로드까지 웬만한 서비스가 망라돼있다. 일본 국내를
평정한 NTT는 「i모드」 방식의 해외 수출에 나섰다. 모바일(이동)
인터넷의 세계 표준을 장악하려는 전략이다.
지금 일본은 모바일 인터넷의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일본은 유럽에 18개월, 미국에 36개월 앞서있다』고 분석한다. 현재
일본에선 800여만 명이 휴대 전화로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 올 연말엔 17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
휴대 전화뿐 아니다. 카 내비게이터(위치확인장치)를 활용해 운전하며
인터넷을 즐기는 「네트워크 자동차」 구상도 급속히 진전중이다. 40%를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카 네비게이터 보급률이 일본의 강점. 휴대형
게임기 같은 휴대 단말기도 진화를 거듭중이다.
소니의 차세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2. 단순한 게임기를 넘어선
이 제품은 가정내 디지털 패권을 놓고 PC와 경쟁할 네트워크 중핵 기기다.
경제 평론가 오마에 겐이치가 『윈텔(마이크로소프트+인텔)의 패권은 PS·2에
의해 붕괴된다』고 장담할 만큼 일본의 희망이 담겨있다.
그런가 하면 일상 가전 제품에 지능을 심는 네트워크 정보 가전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인터넷 TV와 전자 렌지가 제품화됐고, 집 전체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가정정보기반(HII) 구상도 막바지에 와있다. 요컨대 일본의 디지털
혁명은 「포스트 PC」 시대를 앞당기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본형 e비즈니스엔 일본 전통의 장인 정신이 배어있다. 휴대 전화의
코딱지 만한 화면에 방대한 정보를 집약하는 기술. 일본인 특유의 손재주가
아니면 「i모드」는 탄생할 수 없었다고 이마이 스탠포드 일본 센터 이사장은
단언한다. 일본의 디지털 경제는 「아날로그적」 전통과의 접목에 의해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