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귀철새-바지락등 생태계 보고로 보전 시급...일본도 개발 후회" ##
『히로이(넓다)!』
전북 군산시 비응도 새만금 간척현장에서 군산 내륙해안을 바라보던
야마시다 히로후미(64) 「일본습지네트워크(JAWAN)」 대표는 짧은 탄성을
질렀다. 군산시 산북동에서 섬까지 직선으로 4㎞를 곧게 뻗어있는 방조제
좌우로는 만조로 가득찬 바닷물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98년 아시아에서는 두번째로 골드만 환경상을 수상했던 야마시다씨는
『이 넓은 갯벌을 가진 것만도 천혜인데 이를 모두 메워 땅으로 만든다니
어처구니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난 91년부터 대규모 간척사업이 진행 중인 이곳 새만금 갯벌을
환경운동연합의 초청으로 일본의 민간 환경운동가 9명이 생태조사를 위해
이달초 방문했다. 야마시다씨는 『이미 한국을 두어 차례 왔지만 이번만큼
전지역을 한눈에 바라본 적은 없었다』며 『새만금은 전 지구의 생태보존을
위해서라도 꼭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만금간척은 갯벌 총면적 4만100㏊(여의도의 140배), 행정구역상으로
군산시, 김제군, 부안군의 3곳을 가로질러 있고, 완공될 방조제 길이만도
33㎞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갯벌간척사업.
300여종에 달하는 조류와 저서생물의 보고이자 금강하구둑과 상류지역에
머무는 철새들만 4만~5만 마리에 달해, 시민단체들의 갯벌보존 주장과
정부의 개발강행이 가장 팽팽하게 맞서는 곳이기도 하다. 또 정부가 98년
「영산강4단계 간척사업계획」을 철회하면서 새만금사업은 사실상 마지막
대규모 간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탐사에서는 금강하구와 유부도, 만경강 동진강 하류 전반에 걸친
생태조사가 함께 진행됐다.
장화를 신은 채 만경강 하구 옥구염전에서 허리 밑까지 쑥쑥 빠지는
갯벌을 뒤지던 탐사단일행은 갯지렁이, 바지락, 동죽, 칠게, 비단고둥
등을 발견하고는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특히 바지락은 세계적으로도
보존상태가 1등급 가까운 갯벌에서만 볼 수 있는 저서생물.
연안에서 조류들을 관찰하던 「아마쿠사 자연연구회」 요시자키
가즈미(50) 대표는『노랑부리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도요새 등 각종
희귀철새들도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많다』며 흥분했다.
그는『일본에서는 이미 10여년전부터 갯벌 간척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대대적인 반대운동이 전개돼 왔고 큐슈 구마모토현의 아마쿠사에서도
300㏊의 간척사업이 올 3월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갯벌의 89%가 이미 간척에 들어갔거나 공사가 예정돼 있고,
2차세계대전 이후 갯벌의 50%가 사라졌다. 한국은 87년 이후 99년까지
12년간 갯벌의 25%가 상실됐다.(해양수산부 이용수 양식개발과장).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갯벌 인근에 거주하는 농민의 농지간척 요구가
많고, 대규모 신규간척이 사실상 중단된 지난 96년 이후에도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간척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간척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농업기반공사의 임채신 새만금사업단장은
『서해연안은 크고 작은 하천 퇴적물이 많아 간척사업 이후에도 새로운
갯벌이 지속적으로 형성된다』며 며 간척사업의 효용을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대 해양학과 고철환 교수는 『방조제 밖으로 갯벌이 새롭게 형성될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 규모는 아주 작을 것』이라며 『짧은 시간내에
대체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새만금 간척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자 국무총리실 수질개선기획단은
지난해 5월 민·관공동조사단을 구성, 1년여의 조사 끝에 조만간
조사결과에 대한 평가의견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새만금은 물론 수질오염으로 문제가 됐던 시화-화옹지구의
예에서 보듯, 개발 전에 충분히 진행됐어야 할 논의들이 대부분 후유증과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나서야 늑장으로 진행된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때문에 지난해 5월 코스타리카에서 개최된 제7회 람사(RAMSAR)협약
총회에서는 한국이 이 협약에 가입해놓고도 여전히 갯벌의 가치를 무시하고
있다는 낯 뜨거운 질책을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간척사업에 따르는 막대한 양의 토사와 골재가 제2의
환경재앙을 불러온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 85년 이후 추진된 20개 간척사업으로 인해 사라진 산은 무려
150개로 총 8869만1736㎥의 토석이 채취됐다.
야마시다씨는 『최근 10년 일본에서는 갯벌의 숨겨진 가치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그동안의 무분별했던 개발을 후회하고 있다』며 『한국은
일본의 전례를 답습하지 말아달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