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 고성 속초 양양 지역은 이미 녹지와 산자락 곳곳에 홍수처럼
밀려든 위락시설로 홍역을 앓고 있다.

양양군 손양면 오산리 바닷가는 도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해송 군락과
푸른 바닷물이 어울려 절경을 이루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지난 96년
모 건설회사가 총 8만6603㎡에 관광호텔, 휴양콘도 등 대규모 레저시설을
건립키로 하고 공사를 벌이다가 97년 이후 자금부족으로 거의 일손을 놓은
상태다. 공사지역은 현재 해송군락이 무성하던 야산을 절반이상 절토하고
여기저기 쌓인 흙무더기 사이로는 잡초만 무성한 채 흉물스레 방치돼 있다.

미시령길을 따라 울산바위를 지나 일성콘도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학사평저수지는 현재 2 남짓한 높은 펜스로 둘레가 막혀져 있다. 리조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던 이곳도 도로에서 펜스 바로 안쪽에만 약간의

콘크리트 기초공사가 돼있을 뿐 굴삭기 한대도 눈에 띄질 않는다. 역시

시공회사의 부도로 2년째 공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전국 방방곡곡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라면 여지없이 들어서는 콘도와
리조트들. 하지만 시작부터 자금수급계획이 불확실하거나 시공회사가
갑작스레 부도가 나는 바람에 소중한 자연은 마구 파헤친 채 버려지고
있다.

속초환경운동연합은 『세수증대를 기대한 지방자치단체가 앞 다투어
리조트 건설허가를 남발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인제군은 12선녀탕계곡으로 들어가는 설악산 최근접 지역(남교리지구)에
43만7000㎡에 달하는 「용대관광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식당-상가시설은
물론 호텔, 콘도, 취락지구내 전용도로까지 들어선다. 관광객의 왕래가
잦은 미시령길 바로 옆에 놓인 점을 감안하면 공사가 마무리되는 2006년에는
국립공원 바로 옆에 하루 유동인구가 수천에 이르는 대형유원지가 버젓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속초시에서 외설악으로 이어지는 노학동 일대에는 설악산 자락 녹지대를
끼고 10여개의 콘도가 난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 강원도,
주택공사, 한국전력, 농협, 국민은행, 도로공사 등 각종 기관들의 연수원이
집중돼 있기도 하다. 인근 한 식당주인은 『서울에 본사가 있는 기업들이
왜 강원도까지 와서 연수를 하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위락단지 조성이 뚜렷한 원칙 없는 행정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태극(47·속초시 대포동)씨는 『속초시 외옹치리는
군사요충지역이라 주민들이 사진 한 장 못 찍도록 단속을 하던 곳인데
어느날 갑자기 대기업의 관광단지로 허가가 나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또 지난 1월에는 국립공원 지정에서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인제와 양양
사이 점봉산(1424.2m) 자락과 미시령의 도적소폭포가 각종 위락시설이
들어서 크게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 김인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