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황홀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새로운 집단적 우매함이 서양 사회를 침범하고 있다. 행복합시다라고
떠드는 행복교가 그것이다. 행복해야만 한다는 의무가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등장한 것이다.'

소설가이자 철학자, 산문가인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신간 '영원한 황홀'
(l'euphorie perpetuelle)은 서구 사회에 만연한 행복에 대한 과잉 집착
현상을 철학적으로 조명한 책으로, 현재 비소설 부문 베스트셀러다.
브뤼크네르는 한국 독자들에게 생소한 인물이지만, 프랑스에서는 메디치
상과 르노도 상 등을 이미 수상한 유명 작가이자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영원한 황홀'은 서구의 20세기 문명이 기본적으로 자기 도취에 빠져있는
가운데 인간은 행복하도록 운명지워져 있다는 이데올로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매스 미디어를 통해 유포되는 젊음과 섹스의
이미지들은 거기에 부응하는 육체적 물질적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걸신들린
집단 치매 현상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수많은 광고들을 통해 행복
이미지들은 넘쳐난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쾌락적 행복의 소비를
조장하고 강권하는 서구 문명 속에서 인간들은 행복 이미지들에 중독된
가운데 어느덧 존재의 고통을 망각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행복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삶과 죽음이 있듯이 행복은 고통과 짝을 이루고
있음을, 고통 속에 인간의 실체가 들어있음을 대다수가 잊고 있다는 얘기다.

브뤼크네르는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쾌락주의는 고통과 노화,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면서 현대인의 '불안한 행복'을
역설적으로 지적했다. 이 책의 묘미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서양 철학사의
현인들과 작가들이 설파한 행복론을 하나씩 되짚으면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해묵은 주제를 오늘의 시각으로 꼽씹어보게 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브뤼크네르가 지향하는 행복론은 무엇일까. '행복한 삶의 비밀은
행복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것을 잡으려고 하지도 말고, 그것의 상실도
한탄하지 마라.'

행복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그의 선문답같은
행복론은 궁극적으로 행복이란 이름으로 인간을 감금하는 모든 형태의
집단적 욕망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