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의 어느날 아침. 회사원 김독자씨는 출근버스 안에서
손바닥만한 pda 단말기를 꺼내 무선모뎀으로 인터넷 전자책 서점에
접속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신문에서 점찍어둔 소설 한 권을 클릭해
곧바로 독서삼매경에 빠졌다. pda와 연결한 이어폰에선 mp3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한 달에 서너권씩 책을 읽는 독서애호가지만
그는 몇 년 전부터 서점에 가본 일도, 책을 배달받아 본 일도 없다.

김씨의 아들 공부군은 책가방도 교과서도 참고서도 없다. 학습용
전자책 단말기 하나에 교과서와 참고서가 모두 들어 있다. 문제집
파일도 인터넷 서점에서 다운받으면 그만이다. 김씨의 부인 나현모씨도
편해지긴 마찬가지. 종이와 똑같은 느낌의 전자종이를 한 부 산 뒤로
신문종이 버릴 일이 없어졌다. 마치 컴퓨터 모니터 화면이 바뀌듯
전자종이 속에 내장된 전자잉크가 활자와 사진, 삽화 등으로 변하며
매일 아침 신문사에서 전송한 새소식을 알려준다.

미래의 이야기지만 변화의 조짐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스티븐 킹의 소설 '총알타기'(Riding the Bullet)가 전자책
형태로 등장한 이후 전자책 출판은 현실이 됐다. 전자책 단말기를
판매하는 프랭클린사는 요즘 성경책 전용 단말기를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교회를 가는 사람들 손에 두꺼운 성경 대신 가볍고 작은
단말기가 들려 있다. 내용은 물론이고 각종 참고자료까지 클릭 한
번으로 찾을 수 있어 목사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전자책 현실로
다가오자 타임워너, 비아콤, 베텔스만 등 미디어 메이저들과 '공룡'
MS가 손을 잡고 이북리더(e-book reader) 프로그램을 내장한 포켓PC라는
새로운 OS(운영체계)를 내놓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전자책에 대한 관심과 기술개발 열기는 미국 못지 않다.
이북솔루션즈, 바로북, 포인트텍 등이 인터넷과 PC를 기반으로 한 전자책
솔루션을 개발했으며, 에버북과 서울정보컨설팅 등은 PDA, 노트북,
이동전화용 전자책 서비스 솔루션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1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화관광부 주최 '디지털 시대의 전자책 발전방향'
세미나에는 출판 세미나에 보기 드믄 1000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전자책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그러나 전자책의 미래가 장미빛만은 아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우선 표준화 문제. 전자책 출판에 적극적인 출판사들조차 문서형식이
표준화되지 않으면 같은 컨텐츠(즉 책 내용)를 프로그램마다 바꿔야 하는
데 따른 비용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이때문에 미국의 MS와 반즈앤노블,
베텔스만, 팽귄북스, 로켓이북 등이 지난해 9월 OEBF(Open E-Book Forum)를
결성, xml 방식의 문서표준을 채택키로 결의했다. 국내에서는 어도브사의
pdf와 xml 방식이 경합하는 가운데, 이북솔루션즈에서 xml을 응용한
'참북'이란 국산 솔루션을 내놓으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자책용 단말기의 가격 인하와 기능통합도 숙제. pc모니터 속에
머물러 있는 전자책을 지하철과 버스로 옮기려면 500달러가 넘는 단말기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춰야 한다. pda에 컴퓨터 기능을 결합하고, 모니터
창을 키운 새 형식의 단말기 개발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킹 방지. 스티븐 킹의 소설은 불과 이틀만에 암호가 풀려 아무렇게나
복사유통되고 있다. 업계 일부에서는 빠르면 2년 안에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고 본격적인 전자책 시대를 열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