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강을 뒤로 해 진을 친 한신의 심정. 서전을 내 준
유창혁에게 이 바둑은 어쩌면 생애 가장 부담스런 한 판이었을지
모른다. 그는 모처럼 본때 있게 자신의 본령을 보여주었지만, 이같은
부담감은 중반 이후 악령 처럼 유창혁을 따라다녔다.

이 바둑은 흑 절대 우세의 초 중반, 백 맹추격의 종반, 흑의 멋진
타개에 의한 마무리 등 3개의 흐름으로 갈렸다. 상대가 먼저 챙기고
빠질 경우, 공격이 한 치라도 어긋나면 집으로 그냥 밀리게 마련.
하지만 몇 차례 손을 뺀 백 대마를 거세게 몰아친 유창혁의 공격력은
역시 압권이었다. 백이 112로 간신히 터널을 벗어났을 때는 공룡 처럼
커진 몸집에서 흘린 피가 바둑판 종으로 흥건했다.

유창혁의 장갑차는 이후 제동장치 이상으로 오버런한다. 119론
참고도의 코스였어야 쉬운 종국이었다. 백이 150으로 「가」에 두어
흑 대마 전체를 노려왔으면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흑은
그 직후 151의 묘착을 정확히 포착했고, 좌상 흑이 크게 살면서 끝내
승리를 지켜냈다. (94 100 106…88, 97 103 109…89, 196…78, 199…
93의 곳, 213수 끝 흑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58분, 흑 2시간 5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