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제대로 못하던 우리 영훈이가 빨간 합창단 옷을 예쁘게 차려입고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고 있어요."

21일 오후 서울 정신지체 청소년합창단 '다함께'의 작은 콘서트가 열린
영등포구 대림교회. 16살짜리 자폐아 영훈이(가명)의 어머니 김모씨는 두
손을 꼭 모아쥔채 아들이 행여 실수라도 할까 조바심내며 말했다.

한곡, 두곡….

20여분이 흘러 마지막 네번째 곡 '주께 소망있네'의 마지막 소절이
끝나는 순간, 김씨는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김씨는 "정신지체아들이
무슨 합창을 하냐던 친척이나 이웃들에게 '합창단원' 영훈이의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정신지체, 자폐, 다운증후군 장애인 31명의, 서툴지만 사랑스러운
공연은 예배를 보러왔던 교인 250여명의 우렁찬 박수소리와 함께 성공적으로
끝났다.

91년 설립된 '다함께' 합창단은 정기연주회, 초청연주회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단원 45명과 부모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 잡았다.
다운증후군 수민(가명·13)이는 "노래를 부르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연습날인 수요일이 항상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불가능하게만 보이는 정신지체아들의 합창은 치료효과도 높다. 지휘자
윤찬국(35)씨는 "노래를 부르면 발음이나 집중력이 좋아지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된다"며 "이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노래 한곡 제대로 외워 부르기란 쉽지 않다. 악보를 볼
줄 몰라 노래를 테이프에 녹음한 뒤 하루 몇시간씩 반복해 듣는다. 아이가
평소 산만하게 움직이다가도 연습시간이면 신기하게 꿈쩍도 않고 노래에
열중한다고 어머니들은 입을 모았다. 부지휘자 임진순(30)씨는 "기나긴
인고의 과정을 거쳐 나온 단원들의 '노래'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고
말했다. 교인 황모(55·여)씨는 "성가대나 일반 합창단의 노래와 전혀 다른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