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집단 주술에 걸린듯 꼬리무는 「17세의 반란」이 일본 열도를
충격속에 몰아넣고 있다. 첫번째 17세 소년은 60대 주부를 흉기로 난자해
살해했다. 학교 우등생이었고 피해자와는 아무 원한도 없었다. 경찰에
자수한 소년은 『그저 살인의 경험을 쌓고 싶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이틀뒤 두번째 17세가 고속버스를 납치했다. 일본 전역에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아이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19시간 동안 납치극을 벌였다. 끝내 승객
1명이 살해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화려한 일을 벌여 존재를 어필하고
싶었다』는게 그가 밝힌 동기였다.

세번째 17세는 출근길 40대 남성을 망치로 때려 중상을 입혔다. 전철속
승객들이 다들 지켜보는 면전에서 였다. 소년이 사전에 편지를 경찰에 보내
범행을 예고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장난기로 가득한 편지엔 발신인이
「일본에 사는 17세」로 적혀 있었다.

일련의 사건은 5월 들어 열흘 사이 숨가쁘게 벌어졌다. 마치 3명이 범행
순번을 사전에 짜맞춘 것 같았다. 그들의 공통점은 아무런 죄의식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범죄를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영웅적
행위」로까지 여기고 있다.

첫번째 17세는 『젊은 사람은 안되지만 노인은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번째 17세는 경찰 진술에서 『내가 먼저 하려고
했는데 (첫번째 소년에) 선수를 빼앗겼다』고 아쉬워했다. 세번째 17세는
범행 예고문에 『다음번엔 (망치 아닌) 50㎝ 칼에 도전해보겠다』고 썼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3명중 최소 2명)은 3년전
고베(신호) 연속 살인 사건을 모델로 삼고 있었다. 고베 사건이란 일본의
사회적 모순이 극단적 형태로 분출됐다는 전후 최악의 소년 범죄. 살해한
아이의 머리를 잘라 학교 정문 앞에 놓아두는 잔혹성으로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켰던 사건이었다.

당시 범인은 일본 사회 앞으로 「도전장」을 보내며 세상을 한껏
조롱했다. 몇 달 뒤 중학교 3년생이 범인으로 체포됐다. 14세 소년이
잔혹의 극단을 치달았다는데 기성 세대는 더욱 충격을 받았다. 정신
감정을 거쳐 의료 소년원에 수용된 「그때 그 소년」이 지금 17세 아닌가.

그와 동년배인 세 명의 소년들은 중학생 때 매스컴을 통해 고베
사건을 접했다. 그리고는 세상을 뒤집어놓은 동년배의 범죄에 묘한
「동류 의식」을 갖게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두번째 17세는
인터넷에서 「캣 킬러(Cat Killer)」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고베 사건
소년이 고양이를 상대로 살해 연습을 반복한데서 따온 이름이었다.

세번째 17세는 「또 다른 자신」이 범행을 시킨다고 진술했다. 고베
사건 소년이 자신을 「투명한 존재」로 부른 것과 일맥상통한다. 범행
예고 편지를 보낸 것도 고베 사건 때의 「도전장」과 수법이 일치한다.
일본 언론은 『소년들은 17세라는 자신의 나이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1년여 전 같은 학교 여학생을 살해해 체포된 또 다른 18세 소년.
며칠 전 언도된 판결에서 재판부는 이 18세가 『고베 사건 범인에
존경심을 갖고 있었다』고 명시했다. 이 소년 역시 가벼운 범죄를
반복해 담력을 키우는등 치밀하게 사전계획했다. 심지어 18세 미만은
사형당하지 않는다는 법률 조항까지 조사해 알고 있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충격을 받은 일본의 기성세대는 처벌 강화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집권 자민당은 14세 이상이면 형사범 처벌이 가능하도록 대상 연령을
낮추는 법안을 급거 마련했다. 18세 미만 흉악범에 적용할 「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의 신설도 추진키로 했다. 『변소 청소를
시키라』(모리 총리)는 식의 고색창연한 도덕 교육 부활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 한편으로 소년들만 탓할 수 없다는 기성 세대의 자성론이
들려온다. 이들 17세의 가정엔 예외없이 「정상적인 아버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가정일과 교육은 내팽겨친 회사 인간이나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악마주의로 치닫는 17세의 흉악한
반란. 가정에서 실종한 아버지들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 박정훈·동경특파원·j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