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줄이려...법원 "증여에 해당, 세금 12억 내라" ##
박태준 국무총리가 포철 회장과 민정당 대표, 민자당 최고위원이던 88~93년 거액의 부동산을 구입해 세금을 덜 내기 위한 수단 등으로 한 사업가에게 명의신탁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박 총리의 부동산을 명의신탁 받은 조모(60)씨가 97년 역삼세무서의 증여세·방위세 20억여원 부과 처분에 불복해 낸 소송의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 17일 서울 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김치중)에 따르면 박 총리가 명의신탁한 부동산은 서울 중구와 강남구에 소재한 땅과 건물 등 모두 6건이며, 이 중 3건의 매입가격이 58억원에 이르고 있다.
박 총리는 이 중 서울 을지로의 토지와 건물 지분을 85년 부인 장옥자씨와 공동명의로 3억7000만원에 구입했고, 88년 조씨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명의신탁)했다가 90년 6월 김모씨에게 8억원을 주고 팔아 차액 4억3000만원을 남겼음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매매대금 중 7억원은 가명계좌나 조씨 명의의 계좌에 넣어두었다가 역삼동 땅을 구입하는 데 「재투자」됐다. 90년 29억5700만원을 주고 구입한 역삼동 땅은 조씨와 박 총리의 처남, 처고종사촌이 3분의 1씩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등기됐다. 이후 구입된 신사동과 오장동 건물 등 4건은 조씨 명의로 등기해 다른 사람에게 임대해 주고 임대료를 받았다.
박 총리는 또한 역삼동 땅은 부동산 실명제법 실시 이전에 조씨에게 넘겼고, 나머지 4건의 부동산은 실명제법 실시 무렵인 96년 8월 자신의 명의로 되돌린 뒤 97년 공직자 재산공개 때 포함시켰다.
당시 이들 부동산의 평가액(과표 기준)은 약 18억3000만원이었다. 그러나 99년 박 총리의 재산공개 때는 오장동 부동산 3건만이 남아있었다.
재판부는 이날 『전체 6건 중 임대사업을 한 건물 4건은 박 총리와 부인이 종합소득세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조씨 명의로 임대사업을 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며 『90년 12월 개정된 구 상속세법에 의해 조씨가 증여세 12억4000여만원을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역삼동과 을지로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공직자로서 과도한 재산을 취득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입을 불이익을 피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나, 재산 취득 시점이 상속세법 개정 이전이어서 증여세를 물릴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명의신탁을 받은 조씨는 60년대부터 사업과 건물임대업을 해온 사업가로서, 이날 전화통화에서 『일부 부동산은 명의신탁이 아니라 내 소유』라며 『집안끼리 알고 지내던 차에 박 총리 부인의 요청으로 몇 건의 부동산 지분 구입에 명의를 대여해 줬을 뿐 박 총리 재산관리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총리는 『공인으로서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으며, 총리실측은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겠으나 당시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는 사안으로, 문제의 토지는 97년 공직자 재산공개 때 포함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