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숲속 음악의 오아시스'.
만화가 신동헌(74) 화백이 경기도 일산 신도시 고전음악감상실 '돌체'에서
토요일마다 진행하는 음악회를 애호가들은 이렇게 부른다.
일산경찰서 옆길로 500미터 남짓 장항동 대로변 지하에 자리잡은 '돌체'.
커피 등 차를 내고 레코드 음악을 트는 이곳에서 지난 13일 오후8시 바리톤
김현오독창회가 열렸다. 연주회를 감당하기엔 열악해 보이는 40여평
공간이지만, '베레모 신화백'이 함경도 억양에 경륜과 익살을 담아내는
진행에, 다탁 이곳 저곳 편하게 자리한 60여명 관객은 연신 웃음을 터뜨린다.
'클래식 길라잡이' '음악가를 알면 클래식이 들린다' 등 베스트셀러를 낸
신화백의 안목이 곳곳에서 번득인다.
한주전 6일밤에도 이곳에선 김용배씨 피아노 독주회가 열렸다. 관객
누군가 "브라보"라 외치자, 신씨가 안경너머로 눈빛을 내쏘며 "나는
수고하지 않았단 말이지?"하고 받는다. 그러자 이내 "브라비"가 터진다.
"복습합시다. 남자 연주자에겐 '브라보', 여자 연주자에겐 '브라바', 남녀
연주자나 둘 이상이 연주할때는 '브라비'라고 환호해야 해요."
'난장이' '옛성' '키예프의 성문'…. 김용배씨가 '전람회의 그림' 가운데
해당곡을 연주할 때마다 신씨는 주제별로 스케치한 그림을 바꿔 내걸어,
관객들은 그림 보며 음악듣는 특별한 감흥을 즐겼다.
"보람보다도 목표랄까? 보통 감상실에선 파퓰러한 곡만 틀잖소. 실내악에
중점을 두고, 음악애호가들을 좀 레벨 업시켜 보자는 뜻에서 작은 음악회를
시작했어요."
'돌체' 토요음악회는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음악 애호가인 '돌체' 주인 김종수(45)씨가 러시아인들을 불러 작은 음악회를
열다가, 그해 12월 신화백에게 바톤을 넘겼다. 신화백과 김씨는 연주자를
직접 섭외, 성악 피아노 바이올린 실내악, 분야별로 25명 연주자를 초청했다.
한 차례도 진행을 거르지 않은 신씨는 "거창하고 딱딱한 건 질색"이라며
주인 김씨에게 "판을 키우지 말라"고 당부한다. "연주자 수준만 일정하게
지키고, 아마추어나 영재의 연주도 곁들이는 생활음악회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것. 그는 "연주뒤 연주자와 관객 몇몇이 둘러앉아 맥주잔을 나누는
가족적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경부고속철도 토목 엔지니어인 독일인
베르톨트 파이퍼, 원양어선 선장을 지낸 클래식음악 애호가 이종윤(54)씨는
토요일마다 개근한다. 파이퍼씨는 조카가 세계적 명문 '하겐 사중주단'에서
첼리스트로 활약하는 음악가 집안.
신동헌 화백은 한국최초 장편 만화영화 '홍길동'으로 대종상(67년)을
받았고, 이를 리메이크한 애니메이션 영화 '돌아온 영웅 홍길동'
(돌꽃컴퍼니)을 총감독, '제1회 좋은 영상물'(95년) 특별공로상도 받았다.
음악을 아끼는 만화가 답게 연주회장을 찾아가 맨 앞줄에 앉아 연주자를
스케치하기로도 유명하다. 요즘도 원고와 그림을 월간지에 기고한다. 그는
'돌체'에서 일요 음반감상회도 진행한다.
결막염이 심한 한쪽 눈에 안약을 넣어가며 '야상곡'(쇼팽) 한곡을
앙코르로 선사한 김용배씨는 "청중이 바짝 다가 앉아 반응이 즉각적이라,
정규 연주홀보다 더 어렵고 조심스럽다"고 했다. '돌체'(0344-902-4953)에선
이달 한희철 피아노독주회, 양혜숙 플루트독주회, 내달 이후
이택주-이성주-김민 바이올린독주회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