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호 전 국방장관 황명수 전 국회국방위원장 등 군 고위층에 대한
「린다 김」의 로비의혹이 증폭되면서 「백두사업」기종 결정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96년6월 기종을 결정하기 위해 이정린 차관
주재로 열린 확대 협의회에서 린다 김이 에이전트를 맡은 미국
E시스템스사의 호커 800기종이 계약조건과 가격, 절충교역면에서
이스라엘 라파엘사 및 프랑스 톰슨사 후보기종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됐으나 미 E시스템스사로 결정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백두사업은 미국의 의존에서 탈피, 독자적인 대북 정보수집 능력을
갖추기 위해 지난 91년부터 추진한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사업의
암호명. 총 2억1000만달러(한화 2200억원) 규모의 대형사업으로 통신
감청용 전자장비는 미국 E시스템스사의 원격조종감시체계(RCSS)와 이를
탑재할 미 레이씨온사의 호커800 정찰기 ○대를 도입하는 것으로 돼있다.
91년6월 본격 착수돼 탑재장비는 미국의 E시스템스, 프랑스의 톰슨,
독일의 리테프사 제품이, 항공기는 미국의 호커800, 사이테이션3,
팰콘50 등이 각각 후보로 결정됐다.
이어 93년5월 미국 장비는 정부에서 품질을 보증하는 FMS방식으로,
제3국 장비는 상용 방식으로 구매방법이 결정됐다. 이어 전례 없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95년1월 탑재장비와 항공기를 패키지로 묶어서
추진키로 하고 특별규정을 만들었다.
국방정보본부가 중심이 된 평가단은 현지조사를 포함, 시험평가를
계속했다. 그 과정에서 96년3월 린다 김이 정종택 전 환경부장관의
소개로 이양호 국방장관을 만났고, 두 사람은 서로「야릇한」편지를
교환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장관이 이보다 앞선
시기에 린다 김을 만났다는 증언도 있다. 이에 앞서 황명수 국방위원장도
린다 김을 만났고, 이 장관 등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에 그녀를 소개하는
「중개자」 역할을 했다.
이 장관이 린다 김을 만난 지 3개월 만인 96년6월 상대적으로 비싼
미국제가 기종으로 선정됐다. 당시 90% 이상의 정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어 미국제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정보본부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김영삼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뒤에도 기종 선정을 둘러싼 잡음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기무사는 96년7월 내사를 통해 린다 김에 문제가
있음을 파악, 28명의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린다 김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외형상 순조롭게 추진되는 듯하던 백두사업은 97년12월 백두사업
총괄팀장인 권기대 준장 등 실무진들이 미 기종이 탐지정확도, 통신거리,
작전환경 적합성 등 12개 항목에서 군 요구성능(ROC)에 미달한다며
문제를 제기, 위기를 맞게 됐다.
국방부는 이에따라 현정부 출범 직후인 98년5~8월 국방부 자체감사 및
감사원 감사를 벌였고 그해 8월 특별평가팀을 구성, 백지화 여부를
검토했다. 그해 10월 기무사는 예비역 공군장성과 현역 영관급 장교 등
7명이 백두사업 계획이 포함된 군사2급 비밀인 국방중기계획을 외부로
빼돌린 혐의를 잡고 수사에 착수했다.
국방부는 그러나 이미 총 도입가의 50% 이상(1억 달러)을 지불했고
정찰기 성능에 결정적 하자가 없다고 판단, 그해 12월 문제점을 보완하는
선에서 사업을 계속 추진키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해 1월 백두사업단을
창설, 다시 본격 추진됐으며 현재 1호기가 미국에서 제작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