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일기: 오리콤 전희천 사장 인터뷰 뒷 얘기
□ 유통팀장인 박순욱 기자가 오리콤 전희천 사장의 인터뷰 뒷이야기를 보내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순욱 기자입니다. 오늘은 저의 단골 메뉴인 와인이야기는 잠시 접고 제가 최근에 만난 오리콤의 전희천 사장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사장 인터뷰 기사는 2일자 경제면에 소개가 됐습니다만 제한된 지면에 적지 못한 얘기가 많아 다시 글을 올립니다. 경제면에 새로 생긴 인터뷰코너 '라운지'는 경제계에 화제가 될만한 이슈를 가진 인물을 소개하는 난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꺼리를 가진 경제계 인물도 환영합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도전을 기대합니다.
종합광고회사인 오리콤은 지난 1일로 창업 33주년을 맞았습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안 일이지만 오리콤은 우리 나라 광고업계에서는 가장 역사가 오랜 회사라고 합니다(물론 매출규모 면에서는 제일기획, LG애드, 금강기획, 대홍기획 다음이 오리콤입니다).
때문에 지금도 오리콤 출신이 광고회사 곳곳에 나가 핵심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 '광고사관학교'라 불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알고 있는 오리콤 출신 광고회사 사장으로는 JWT코리아의 김동욱 사장, 동방기획의 민영훈 대표, 그리고 광고업계의 대부인 선연의 김석년 회장도 오리콤 출신이지요.
이밖에 한국소비자리서치의 최동만 사장, 다솔커뮤니케이션즈의 최병선 사장, IPR의 이갑수 사장 등 광고, 리서치, 홍보업계의 오리콤 출신은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런 오리콤 조직에 엄청난 회오리 바람이 불기 시작된 것은 작년 2월부터였습니다. '광고사관학교'라는 자존심이 완전히 상하게 외부에서 사장을 모셔온 것이었습니다. 전희천 사장은 금강기획 전무 출신으로 오리콤 공채 출신이 아니고서 오리콤 사장이 된 첫 번째 케이스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국내 최장수 기업인 두산그룹 100년 사에서 보더라도 외부영입 사장은 전 사장이 처음이라고 하니 두산그룹이 그 동안 인재 등용에 얼마나 인색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전 사장은 제가 이미 기사에 소개했던 대로 기자출신입니다. 73년 중앙일보에 입사,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친 뒤 80년도에 자유언론운동 전국연대조직화를 주도하다 해직된 언론인 출신입니다. 전 사장은 그후 다시 친정인 중앙일보로는 돌아가지 못하고 삼성그룹 비서설 홍보팀 과장을 1년 동안 하다가 휴지기를 가진 뒤 84년 삼성 계열사인 제일기획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광고업계와의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후 제일기획 이사를 거쳐 경쟁사로 자리를 또 옮겨 금강기획 상무, 전무를 지낸 뒤 작년 2월 메이저 광고회사인 오리콤 CEO로 최고자리까지 올랐습니다. 광고회사 뿐 아니라 전체 기업을 둘러보더라도 기자 출신 사장이 드문 우리 현실(더군다나 언론계를 떠나 새로 진출한 업계에서 '성공한' 기자출신 사장은 더욱 드문 게 사실입니다)에서 전사장의 위치는 더욱 빛나 보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얘기는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전 사장은 작년 2월 취임 일성이 한마디로 '폭탄선언'이었다고 합니다. "고인 물은 썩는다. 공채문화에 젖은 사람들이 조직 곳곳에 포진해 있을 경우 기업조직의 다이내미즘은 기대할 수 없다. 앞으로 최대한 아웃소싱을 통해 인력보강을 하겠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다짐은 일년만에 실현됐습니다. 전체 직원 240여명 가운데 절반을 조금 넘는 52%가 외부출신으로 채워졌습니다.
인력의 순혈주의를 버리고 혼혈주의를 도입한 것입니다. 그리고 전사장은 혼혈조직문화의 모델케이스로 '칭기즈칸의 군사조직'을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칭기즈칸 군대는 기동성이 생명인 유목민 부대 아닙니까.
기업 발전의 원동력을 유목문화에서 찾고자 한 전사장은 "로마제국이 그토록 오랫동안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 스페인 등 이민족 문화를 받아들여 로마문화로 동화시켰기 때문이다. 50개 이상 민족이 모여 사는 중국을 보라. 대표적인 다민족국가인 미국은
또 어떤가. 세계문화의 중심에 서 있는 나라들 중에 순혈민족이 어디 있는가"라는 얘기도 제게 들려주었습니다. 사실 조선일보에도 칭기즈칸 전문가가 한 분 계십니다. 작년 말까지 사회부장을 지낸 김종래 부국장은 '밀레니엄맨'이라는 칭기즈칸 책을 내기도 하셨죠.
올해 조선일보 신년 특집 중 한 테마가 '열린 조직문화가 경쟁력이다'였습니다.
오리콤에서는 전 사장 취임 이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경력사원 채용이 요즘에는 일상화돼 있다는군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홍기획 대표를 맡다 지금은 롯데그룹 문화실로 와 계신 안흥석 전무는 오리콤이 대홍기획 직원들을 하도 많이 빼가니까 전 사장에게 항의까지 했다는 얘기를 저는 안 전무한테서 직접 들은 기억이 납니다.
지난 3월 중순에는 전사장의 발언 하나가 사내 외에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기사에도 짧게 썼지만 "벤처기업으로 가고 싶은 직원은 붙잡지 않겠다. 다만 재입사는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 밤샘 일을 밥 먹듯이 하고 광고주에 대한 희생정신이 없이는 일 하기 힘든 광고업계에서 단지 돈을 보고 벤처로 간 친구는 광고인으로서의 열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런 내용의 말이었다고 합니다. 전사장이 본부장 회의석상에서 한 발언인데 이메일을 통해 전직원이 다 알게 되었다는군요.
실제로 이 말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 십 명씩 벤처로 자리를 옮긴 다른 광고회사와는 달리 오리콤은 고작 4명이 벤처행 기차를 탔다고 합니다. 오리콤 직원들이 엄청난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벤처기업들을 마다한 데는 물론 다른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오리콤이 오는 6~7월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오리콤 직원들은 "벤처로 가지 않은 직원들에게는 업계 최고의 대우와 자사주 공여, 복리후생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전사장의 약속이 하루빨리 지켜지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때문에 오리콤 직원들은 어느 때 보다 신바람이 나 있다고 합니다.
신규 광고주 유치도 업계 최고 수준이구요. 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게 CEO의 가장 큰 과제라는 것을 오리콤 전희천 사장이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다음에는 네 번째 와인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서울 강남에 일반인들이 와인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와인스쿨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구미가 당기지 않으세요. 일단 제가 먼저 방문한 뒤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박순욱드림 swpark@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