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 시절 국방장관 등 고위인사들이 여성 무기로비스트인 린다 김(김귀옥)과 공사를 구분할 수 없는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은 백두사업 등 무기 도입과정의 갖가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무기 도입 정보 등 국가기밀을 유출해 장비납품을 독식하게 해줬다는 것이 첫번째 의혹이라면, 그 과정에서 이들에게 거액의 로비자금이 흘러갔을지 모른다는 것이 두번째이다.
96년 2억1000만달러(약 2200억원)가 소요되는 백두사업(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사업)에서 린다 김을 고용한 미국의 E시스템사가 응찰업체 중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했는데도 프랑스와 이스라엘의 경쟁업체를 물리치게 된다. 당시 국방장관인 이양호씨는 최종 결재 석 달 전인 96년 3월 고교 선배인 정종택 전 환경부 장관의 소개로 린다 김을 만났고, 한 달 만에 편지를 주고 받는 사이가 됐다.
그리고 다시 두 달 뒤 린다 김의 업체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당연히 탈락업체들이 입찰과정의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해 문제가 됐다. 당시 국방부 주변에는 린다 김과 고위층과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다.
이 전 장관은 납품계약에 대한 대통령 결재가 있은 지 석 달 뒤인 96년 9월 미국에 있던 린다 김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는 이 편지에서 『큰 프로젝트가 끝난 뒤 집에 가라고 했을 때 내 말을 들어야 했다』, 『내가 누차 말한 것 You must protect me(당신은 나를 보호해야 한다)』 등의 표현을 했다. 업체 선정 경위를 의심하기에 충분한 말들이다.
황명황 전 국회 국방위원장의 역할도 의혹의 대상이다. 황씨는 당시 이 전 장관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린다 김을 도와주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문민정부 최고위층과의 인연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던 김윤도(김윤도) 변호사나 금진호(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 등도 린다 김과 친분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간접지원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린다 김은 88년 손주항(손주항) 전 의원의 소개로 정 전 장관을 만났고, 정씨는 96년 이 전 장관 등에게 그녀를 소개해줬다. 정씨는 96년 린다 김이 불법 로비 혐의로 기무사의 조사를 받을 때까지 후원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린다 김은 백두사업 외에 전자정보전 관련 장비 도입 등 다른 「거래」에도 이 로비망을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수사 결과 린다 김의 불법 로비 의혹은 드러나지 않았다. 관련 당사자들도 금품수수 등 비리에 대해서는 펄쩍 뛰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인 98년 국군기무사가 예비역 공군 장성과 현역 영관급 장교 등 6명이 백두사업계획이 포함된 2급 군사기밀인 국방중기계획을 외부로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을 뿐 고위층 연루는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도 최근 자진 입국한 린다 김을 지난달 28일 군무원 등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그치고 말았다. 검찰은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나 군사기밀 유출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린다 김과 문민정부 고위층들의 사적(사적) 관계가 입증되는 「연서(련서)」 등이 드러남에 따라 무기 도입을 둘러싼 「린다 김 커넥션」 의혹은 다시 불거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