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광이 오죽이나 술과 여자를 좋아하나. 하루는 얼마나 먹었는지 두
여자가 부축하고 왔더라고. 신도들이 법회보고 막 나가다가 마주쳤다.
어찌나 부애(화)가 나던 지 문 잠궈놓고 막 두들겨 팼어." (중광 스님
어머니 박혜련)

이 땅의 '어머니'치고 풀어낼 이야기 한 자락 없는 없는 사람이
있으랴. 결혼과 동시에 '자식의 삶' '가문의 삶' '남편의 삶'을
살아온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를 '금호문화' 전 편집장이던 정명희(39)
씨가 묶어 냈다. 고민 끝에 붙인 제목은 '사람의 여자'(다지리 간)다.

"남편이 뒷집 사는 내 친구하고 바람을 피워. 그래도 눈감아 주고
참을 걸, 그것을 못참고 석달된 딸 하나 안고 나와버렸어."(공옥진)

구술로 정리한 어머니 25명의 생애는 하나같이 절절하다. 1부에서는
춤의 명인 공옥진, 씻김굿 단골무당 채정례 등 알려진 인물들이 한 많은
사연들을 풀어내지만, 2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필부필부들의
신산했던 삶이다.

"큰아들은 박사 학위까지 따서 넉넉하게 살고 있지만, 둘째 아들은
지금 택시기사여.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만 보낸 게 지금도 후회스럽지.
잠 자다가도 밤거리를 헤매고 있을 둘째만 생각하면 뼈마디가 시려워."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는 민경련 할머니)

"두 살된 아들 두고 임신 6개월째 였는데, 군에 간 남편은 죽어서
돌아왔더군. 그 때 스물 둘이었지. 친정아버지는 행여 내 맘 변할까봐
'정 혼자 살기 힘들면 치마 가득 돌 담아서 물 속에 뛰어들라'고
하데."(평생 홀시어머니 모시고 농사짓는 김금례 할머니)

이 어머니들의 세대가 끝나고 나면, 우리가 어렴풋이 추억하는 한국의
어머니 상은 이제 더이상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세상이 지금의 '젊은
엄마'들에게 원하는 것도 달라졌고, 이들의 가치관도 예전과는 다르다.
"내 살아온 얘기 책 쓰면 수십권 나올거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우리 어머니들. 작가는 그들 삶의 편린을 받아 모은 이유를 "이 땅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고향의 모습과 사람 사는 풍경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