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징용 피해자들이 당시 강제노역을 시켜놓고 임금을 지불하지 않은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국내 법원에 냈다. 일본이
아닌 한국 법원에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전후 배상 소송이 제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원폭피해 미쓰비시 징용자 동지회」 소속 박창환(77·경기도
평택시 팽성읍)씨 등 회원 6명은 1일 오전 부산 중구 중앙동
미쓰비시중공업주식회사 한국연락사무소와 일본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를 상대로 1인당 1억100만원씩 모두 6억600만원의 배상금청구소송을
부산지법에 냈다.

박씨 등은 소장에서 『일본의 침략전쟁에 기인한 2차 세계대전에 적극
협조, 군수물자를 생산함으로써 막대한 자본을 축적한 피고 측이 강제연행한
원고들에게 강제노동으로 고통받게 하고서도 지금까지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원폭 투하 때에도 안전 확보 등 구호행위를 하지 않아 큰 피해를 봤다』며
『원고 1인당 1억100만원씩의 위자료와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소송을 맡고 있는 민변 소속의 장완익·최봉태 변호사는 『피고 측이
부산을 거점으로 국내에서 영업활동 중이고, 피고의 행위가 강제연행과
강제노동 등을 금지한 국제법은 물론, 국내 민법을 위반한 것이어서
부산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며 『피해국의 입장에서 가해 기업에 대해
법률적으로 심판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소송은 일본인 자이마 히데카즈(52) 변호사 등 2명이 자료
준비 등을 돕고 있다. 자이마 변호사는『지난 50년간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이
수십번 보상을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가 계속 거부하고 있다』며 『이번
소송이 일본이 태평양전쟁의 책임을 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95년 12월 피해자 46명이 미쓰비시 히로시마중공업을 상대로 일본에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맡고 있다.

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회 서울지부 김은식 사무국장은 이날 피해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독일의 경우 기금을 조성하는 등 전후 배상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일본은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70세를 훨씬 넘긴
피해자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 꼭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