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악마
하인리히 헴메 지음 안영란 옮김·
푸른숲

어린이용 어른용 할 것 없이 요즘 수학 관련 서적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잘 팔린다는 얘기다. "수학은 어렵다"며 거들떠보지도 않던
사람들이 수학 에세이류의 교양서에는 왜 이처럼 관심을 보일까.

수학 교양서에 대한 관심의 근저에는 어려운 수학을 쉽게 이해해보고 싶은
독자들의 고민이 담겨 있다. 그 독자가 학생이라면 수학에 취미를 붙여 공부
좀 잘해보려는 현실적 타산에 이끌렸을 것이고, 성인이라면 옛날 골치아팠던
시절에 대한 향수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수학악마' 역시 수학책은 아니고 어려운 수학에 맛난 당의정을 입힌
교양서다. 수학악마의 당의정은 우리가 사는 세상. 일상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들 속에 숨어 있는 수학의 세계를 담았다. 하지만 그 당의정은 초등학생이나
중학교 저학년이 좋아할 얕은 설탕맛은 아니고, 그 이상은 돼야 좋아할
진국맛이다. 확률이라든가 삼각함수처럼 다소 어려운 분야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

당의정 수는 67개. 장기판, 카드놀이, 사탕, 달력 등 주변에 널린 물건들을
등장시킨 67개의 이야기가 독자를 수의 나라로 안내한다.

"마티아스는 여덟번 째 생일날 선물받은 장난감 톱을 들고 지하실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마티아스는 할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흑단과 상아로 만든
체스 판을 64개로 조각내 버린다. 그리고 화난 아빠에게 의기양양하게 묻는다.
아빠, 제가 톱질을 몇 번 했나 알아맞춰 보세요?"(조각난 체스판 이야기)

조각난 체스판은 제곱의 개념을 가르친다. 겹쳐서 두 번씩 자르는 것이므로
2의 6제곱, 즉 64번 톱질을 해야 한다. 책은 이처럼 67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수학적 질문을 던진다.수학악마는 재미없는 숫자 놀음을 거부한다. 그리고 수가
가진 논리의 미덕을 우리 생활과 관련지어 설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