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이가 산만하고 집중을 잘 못해요. 현이 때문에 수업이 방해돼요.』

입학한 지 얼마 안된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의 이야기에 엄마는 숨이 탁
막혔다. 유치원 때부터 산만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이들은 다 그런
거라고, 좀 크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애써 외면해왔던 오래된 걱정이 현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잘 부탁드린다는 이야기로 담임선생님과의
대화를 끝내고 돌아서는 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시집살이에 마음 고생이 많아 태교를 잘 못했던 까닭일까? 아이에게
짜증을 너무 많이 냈던 탓일까? 외가를 빼닮은 동생을 내심 편애해서 현이가
애정 결핍이 된 것일까? 남편과 자주 싸웠던 때문일까? 내가 별로 좋은
엄마가 아니어서일까?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현이는 유난히 발달이 빨라 엄마를 자랑스럽게 했지만, 넘치는 에너지와
활동량은 엄마를 너무 힘들게 했다. 떼도 무척 많이 부렸다. 엄마는 잔소리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럴수록 아이는 더 고집스럽게 엄마의 말을 듣지
않았다. 현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고, 꼼지락거렸고, 충동적이었고,
사람들 앞에서 생각없는 행동을 해서 엄마를 창피하게 만들었고, 무엇하나
차분히 끝내지 못했다. 당연히 공부도 뒤쳐지는 듯했다.

「과행동주의 결핍장애」는 현이와 같은 아이들을 위한 진단이다. 이는
전체 어린이의 5%, 즉 한 반에 한두명은 꼭 있을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아직도 정신과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아이와 부모가 도움을 받지 못하고
불필요한 전쟁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신체나 발달에 전혀 지장이 없는
약물 치료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산만하고 집중을 못한다는 아이들 중에는 아이는 좀 활발할 뿐인데
어른들이 너무 걱정을 하는 경우도 있고, 아동기 우울증 혹은 기타 정서
장애가 있는 경우도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라도 병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반복되는 잔소리로 아이가 반항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 후에야
병원을 찾아 치료가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김창기·정신과 전문의·그룹 「동물원」 리드싱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