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전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84)의 면책특권 박탈 여부를
결정할 법정이 26일부터 3일간 열린다고 AP·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피노체트는 80년 개헌 당시 "6년 이상 대통령을 지낸 이에게 종신
상원의원직과, 기소를 면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이 조항으로 인해 살인·고문 등과 관련해 92건의 소송이 제기된
피노체트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후앙 구스만 판사는 "피노체트를 재판할 수 있는 근거로
검토해 달라"며 1000쪽이 넘는 피노체트 관련 서류를 항소법원에 제출,
'면책특권 타당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산티아고 항소법원은 집권
기간중 각종 인권유린 혐의를 받고 있는 피노체트를 법정에 세울 것인
지를 결정한다. 정부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피노체트 집권 17년간(73~90년)
사망 또는 실종된 사람은 3191명에 이른다.

피노체트는 영국 체류중 고문 혐의로 스페인 검사에 의해 기소돼 503일간
가택연금 당했으나, 건강 문제를 이유로 지난달 귀국해 산티아고 부근 해변
집에 머물고 있다. 피노체트는 "누구에게도 살인이나 고문을 지시한 적이
없으며, '쿠바식 마르크스주의'를 차단하기 위해 시민전쟁을 벌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73년 피노체트 쿠데타 이후 사회주의자로서 처음으로 지난달 대통령에
취임한 리카르도 라고스 대통령은 "법원의 독립적인 결정을 보장한다"고
공언했으며, 인술사 내무장관도 "피노체트를 위해 새로운 사면법을
제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