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과외열풍에 휩싸여 있다. 중·고생은 물론, 초등학생,
심지어 유아에게까지 사교육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2년 전 정부가
강력한 교육개혁으로 공교육을 정상화해 과외 등 사교육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했으나 현실은 되레 거꾸로 가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강남의 D입시학원. 강의실 안팎은 학교수업을
마친 고교생들로 가득했다. 국·영·수 등 5개 과목을 듣고 있다는
3학년 임모(19)군은 『수능시험을 잘 보려면 학교수업만으론
불안하지 않으냐』면서 『우리 반에서 1~2명을 제외하곤 거의가
학원에 다닌다』고 말했다.

대학입시 전형이 다양해지자 그에 따라 과외도 갖가지로 등장하고

있다. 수능 과외뿐 아니라 「수행평가 과외」 「내신과외」 「경시대회

대비반」 등 변종 과외가 성행하고 있다. 중2 박모(14)양은 학교수업이

끝나면 보습학원으로 달려간다. 영어와 수학을 들은 뒤 8시쯤 집에

온다. 밤 9시부터는 G사의 학습지로 다시 영어를 공부한다. 일주일마다

지도교사가 방문해 지도해준다. 학부모 장모(여·43)씨는 『한달에

20만원 가량 들지만 이 것은 기본일 뿐』이라며 『아이들이 중1,

중3인 옆집은 매달 70만원 이상이 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전국적인 사교육 열풍은 공교육이 학생, 학부모로부터 여전히
불신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외를 줄이기 위해 초·중학교에서
「방과 후 교육」을 시작했지만 열악한 여건과 부실한 교육 등으로
대부분 외면당하고 있다. 고입선발 방식을 선발고사에서 내신성적
위주로 바꾸었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내신성적을 잘 받기위해 학원을
찾고 있다. 중학교 최모 교사(41)는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에서는
잠을 자는 게 요즘 학교풍속도』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는 영어 조기교육붐이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초등 3~6학년의 경우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지만 학생이나
학부모는 학교 밖을 찾고 있다. 서울 광화문의 한 유명 영어학원 건물 옆
도로는 매일 저녁이면 영어회화 공부를 마친 초등학생 자녀를 태운 자동차
행렬로 마비가 될 정도다.

과외 열풍은 심지어 유아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만 15개월짜리 아들을
둔 회사원 박모(34·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씨 부부. 아파트 단지 내에
「유아 과외 열풍」이 불면서 작년 말부터 과외를 시키고 있는 박씨 부부가
5개월 남짓 동안 쓴 사교육비는 교재와 부교재비를 포함해 무려 100여만원.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는 교사는 아이를 앞에 앉혀놓고 알아듣건 말건
그림카드, 촉각카드, 동화책 등의 교재를 펼쳐놓고 이것저것 가르치는
시늉을 한다. 박씨는 『1년 반짜리 과정이 끝나면 곧 바로 영어과외로
들어간다는데 계속 이렇게 끌려다녀야 하는지 고민스럽다』며 『중·고생
학부모들이 「유학」이 더 싸게 든다고 말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