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기분 좋은 2연승을 거두자, 다시
기른 '염소 수염'이 효험을 본 게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스개 소리겠지만, 금기와 징크스가 난무하는 방송,
영화계에서도 연기자들이 긴장과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나름대로
비방을 쓰는 일이 많다.

'처음에 외워지지 않은 대사는 끝까지 외워지지 않는다'는
징크스로 고생할 때는? 고참 연기자들은 "그 대사가 있는 대본을
씹어먹어야 풀린다"고 귀뜸한다. 반면, 이경영은 "화장실에
앉아 외우면 된다"고 하고, '허준' 전광렬은 "집에서 촛불을
켜놓고 외우면 저주(?)가 풀린다"고 말한다.

한번 걸리면 약도 없다는 '슬럼프'와 "2년차 징크스'를
극복하려는 몸부림도 갖가지다. 탤런트 A양은 선배들 조언대로
남자 속옷을 입고 남자 향수를 뿌리고 다녔다. 톱탤런트 B양은
자기가 10여년 동안 정상 인기를 누리는 것이 데뷔 때부터 소중히
간직해온 부적 덕분이라 믿고 있다.

방송, 영화 활동은 적게 하면서도 '돈 되는' CF가 끊이지
않아 부러움을 사는 C양은 출연료보다 광고 내용을 더 따지는 게
비결이란다. 아예 CF 콘티를 점쟁이에게 보여주고 출연을
결정한다는 소문도 있다. 영화배우 D군도 지난해 구두로 출연
약속을 했다가 나중에 대본을 본 점쟁이가 반대하자 계약을 깬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만큼 금기가 많은 곳도 드물다. 흥행에 예민하고, 제작
과정도 피를 말리는 탓이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은 "부정탄다"며
머리카락이나 손발톱을 깍지 않고, 문상도 피한다. '종로 모 극장을
개봉관으로 잡으면 망한다' '톱영화배우 E양이나 TV 톱탤런트 F군,
G양을 쓰면 망한다'는 등 기피 대상이 수도 없다.

포스터 만드는 데도 황색과 백색은 안된다. 영화가 '말짱 황'이
되거나 관객이 없어 허옇게 텅 비게 된다는 속설 때문이다. 제목은
빨간 색으로 써야 영화가 불붙듯 터진다고 하고, 개봉날 선글라스
쓴 관객이 많으면 '앞이 캄캄해 진다'고 걱정한다.

'영원한 제국'으로 대종상 작품상과 감독상을 휩쓸었던 박종원
감독은 상복 많기로 손가락 꼽힌다. 요즘 엄청 야하고 무서운 영화를
찍고 있다는 그에게 불쑥 '상복 많은 감독은 흥행은 못한다'는
징크스를 어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글쎄요. 징크스는 깨지기
위해 있는 거 아닙니까?" (백현락ㆍ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