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이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의 약진으로 막을 내릴 것 같다.

13일 오후 6시에 발표된 방송사 및 여론조사기관들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스스로 '철벽'이라고 표현했던 영·호남 간의 의석 수 차(36석)를
극복, 한나라당을 제치고 제1당을 차지하거나 최소한 비슷한 의석을 가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의석 수의 절반에 가까운수도권(97석)에서 압승한 결과로서 민주당은 이에 따른 명분과 힘을 함께 확보했다. 김 대통령은 남은 임기 3년 동안 정국의 확고한 이니셔티브를 쥐게 됐다.

한나라당은 4년 전 15대 총선의 의석 비율은 유지했으나, 수도권에서 크게 밀림으로써 설령 제1당이 되더라도 사실상 선거에서 졌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특히 자민련은 충청권 외의 지역에서 사실상 전멸하고 텃밭에서도 여러 곳에 구멍이 뚫리며 진로를 고민해야 할 상황에 빠졌다.

민주당의 약진은 여권의 이점을 이용한 공천 및 선거 캠페인의 성공과 한나라당의 야당표 결집 실패가 어우러진 결과로 분석된다.

김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 동원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선거에 투입했다. 신당을 창당하면서 출마가 가능하고 지명도 있는 인사들을 저인망식으로 흡수, 다른 당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차단했다. 방대한 인재 풀(pool)을 확보한 뒤 수도권엔 젊고 참신한 후보들을 대량 배치하고, 강원도와 충청권엔 구여권 및 지명도, 지역기반이 있는 후보들을 내세웠다.

선거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이번 선거 캠페인에 대해 ‘완벽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선거 초반 시민단체의 낙천 운동을 고무시킴으로써 선거전을 후보들 개개인의 도덕성 검증 차원으로 몰고 갔다. 이로써 불리했던 기존의 ‘DJ 대 반DJ’ 구도를 희석시키는 데 성공했고, 후보들의 병역·납세·전과가 공개되면서 이런 분위기는 선거 기간 전체를 지배했다.

김대통령은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상승세를 타는 시점에 남북정상회담 합의 발표라는 막판 결정타를 터뜨려 수도권 경합지역의 민주당 후보들이 고비를 넘기도록 했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여권의 선거 전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야당의 한계로 공천에서 실패하고 파동까지 일으켜 이미지에 상처를 입었다.

이회창 총재 등 지도부가 수도권 유권자들에게 던져준 적극적인 메시지는 별로 없었고 반DJ 정서에만 기대 당을 지탱하고 있는 형국이다.

자민련의 퇴조는 충청권 유권자들에게 JP바람의 약효가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김종필 명예총재는 충청권 석권을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내각제 포기' '이인제와 김용환의 도전' 등에
부딪혀 한계를 드러냈다.

처음부터 한계를 안고 출발한 민국당은 영남 유권자들의 표 분산 회피 심리에
막혀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고 한국신당도 충청권에서 호응을 받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방송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민주노동당이 본격 진보세력으로서 의미있는 원내 진출에 성공할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통령과 민주당은 당장 원내 과반수 확보를 위해 자민련과의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확고한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된 만큼, 자민련과의 공조 복원은
집권 초반기와는 전혀 다른 조건으로 협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인제 선대위원장의 부상(부상)으로 차기를 노리는 경쟁이 앞당겨질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은 당내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조기 전당대회 분위기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는 이번 선거에서 한계를 나타냈지만, 지구당 위원장
절대 다수를 확보하고 있어 총재 경선 승리는 자신하고 있다.

이를 깰 강재섭·강삼재 ·김덕룡 의원의 돌파구 모색이
주목된다.

자민련은 민주당과의 공조 복원을 놓고 고심할 것 같다. 그러나 당세 위축으로
민주당에 흡수되는 모양새가 될 경우, 공조를 복원하지 않고 중간에서 존재
가치를 지키려 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각각 호남과 영남을 사실상 싹쓸이,
지역분할 구도는 더 심화되고 있다. 386세대 후보들은 대부분 지역에서
중진급 상대 후보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며 선전, 유권자들의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을 잘 보여줬다.

자민련의 위축과 민국당의 실패는 3김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 부산 유권자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국당 지지 가능성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민주당의 약진으로 사회 전체의 분위기도 다시 바뀔
개연성이 있다.